[서북미 좋은 시-백현수] 자비의 虛
- 21-11-30
백현수(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자비의 虛
침목을 물리고 내 흐린 안구를 간신히 연다
둔한 色/흐미한 燈!
내 골방에 드리운 침묵!
무딘 혼들이 광대처럼 너울-춤을 춘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햇살은 너덜대는 문지방을 넘느라 애를 태우고 이미
투사된 빛은 구들장을 훑고 있는데
간 큰 나는 낯선 구들의 무늬를 본다
포근한 달-내음이 내 후각을 다름질했던 대물림된 골방이
光子의 행패로 낯이-설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빛-살은 거침없이 토벽土壁을 쪼고!
토공이 흙-손으로 칼-질 했을 둔탁한 동선動線 타고 맞닿은
천정의 경계에까지 이끄는 것이다
구석 모서리엔 내 시각과 공생하고 있는 거미-집!
그 줄에 얽힌 생명 있는 잡티들을 그도 먹고살았을 것이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골방이 내뿜는 고액苦厄이 내 심장을 요동케 하고 내
사유思惟가 삽질 당할 즈음 내 골방에서 가장 너른 터를
차지하고 있는 백열등! 그 모진 빛이 헐거운 까닭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고 그 알에 끼인 것들은
웃대로부터 침잠된 태-흔太-痕이겠으나 나의 야:-린 안구는
무슨 까닭인가?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자비의 虛>가 내 광태狂颱의 끈을 튕군다
곁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네!
물린 침목을 다시 품고 등짝을 눕혔다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내 골방은 실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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