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살해' 리튼하우스 무죄 평결에 또 다시 갈라지는 미국
- 21-11-22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격 가해 '2명 살해, 1명 중상'
배심원단 "정당방위" 인정해 무죄 평결…진보·보수, 찬반 논쟁 가열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10대가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미국 사회가 또 다시 인종차별과 총기 규제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위스콘신주(州) 커노샤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배심원단이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18)에게 무죄를 평결하자, 흑인들을 중심으로 이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지난 19일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리튼하우스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사흘 연속 이어진 심리와 이후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그의 무죄를 결정했다.
리튼하우스가 살던 커노샤 카운티에선 지난해 8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반신불수가 된 것을 계기로 방화와 약탈 등 과격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17세였던 리튼하우스는 지인을 통해 불법으로 구매한 AR-15 반자동 소총을 들고 사건 당일인 지난해 8월25일 백인 자경단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총은 위스콘신주에서 지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업수당 1200달러(약 142만원을)를 받아 샀다. 리튼하우스는 자신은 지역내 상점들을 보호하고 의료지원을 제공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보호수단을 강구했다고 주장했다.
리튼하우스는 당일 오후 11시45분쯤 우연히 시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지프 로젠바움(36)과 마주하게 된다. 조울증 환자였던 로젠바움은 치료를 받다가 당일 막 퇴원한 상태였다. 리튼하우스는 로젠바움과 대치하던 과정에서 로젠바움이 자신의 총을 붙잡자 방아쇠를 당겼고, 4발의 총탄을 맞은 로젠바움은 사망했다.
리튼하우스는 곧바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시위 참가자들은 리튼하우스의 뒤를 쫓았다. 리튼하우스는 도망치던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앤서니 후버(26)가 스케이트보드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사격을 가해 추가로 사살했다. 리튼하우스는 권총을 들고 자신을 쫓은 다른 시위대원을 향해서도 총을 발사해 중상을 입혔다.
리튼하우스의 총에 사망한 2명과 중상을 입은 1명은 모두 백인이었다. 리튼하우스는 이튿날 오전 1시30분쯤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서 출두해 자수했다. 그는 체포된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고, 소총을 구입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밤 난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리튼하우스의 총에 특수 제작한 탄환 30발이 장전돼 있었고, 총격사건 뒤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유죄를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CNN에 따르면, 배심원단의 최종 평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할 수 없어 무죄 평결은 이대로 확정된다.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 따르면, 리튼하우스는 무죄 평결을 받고 법원을 떠나면서 "배심원이 옳은 평결을 내릴 것이라 믿었다. 모든 것이 잘 풀려서 기쁘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힘든 부분을 잘 지나왔다"고 밝혔다.
리튼하우스의 무죄 평결은 미국 내부를 또 다시 반으로 갈라지게 하고 있다.
우선 인종 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리튼하우스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의 인종 비율은 정확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배심원단의 평결에 대해 “피고인이 흑인이었다면 결정이 달랐을 것”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희생자 유족들은 "사법 시스템의 실패"라며 분노했고, 블레이크의 가족과 변호사는 "오늘 결정은 가증스럽다"며 "이는 앞으로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형사사법 옹호자들은 이번 평결을 맹비난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에선 이번 무죄 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카고에선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가 지난 20일 시내 중심가에서 시위를 주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리에 나섰다. 뉴욕에선 평결 당일인 지난 19일 브루클린 다리에서 시위를 벌여 다리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오클랜드에서도 100여명이 넘은 인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환영했으며, 공화당 소속 매디슨 코손 연방하원 의원은 “리튼하우스는 죄가 없다”며 리튼하우스에게 인턴십을 제안하기도 했다. 코손 의원은 또 “당신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총기 소지에 대한 찬성론을 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리튼하우스 무죄 평결과 관련해 "많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평결에 대해 "분노하고 우려한다"고 말했지만, 미국인들이 결과에 대해 "평화롭게" 의견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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