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국채 매도세…드디어 인플레 공포에 반응했다"
- 21-11-11
WSJ 분석…제한적 낙폭에 패닉셀링은 아니라는 지적도
미국의 금융시장이 마침내 물가 급등에 반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10일(현지시간) 금융시장 전반에 불어 닥친 매도세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달아 오르고 있다는 신호라고 WSJ은 평가했다. 하지만 강력한 기업실적과 낮은 금리는 아직 시장의 상승세를 지지한다는 것이 월가의 중론이라고 WSJ는 전했다.
◇"인플레·조기긴축 대비태세"
지난 수 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치솟는 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8거래일 연속 신고점을 갈아 치웠다. 2019년 4월 이후 최장기간 랠리였고 올해에만 64차례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하지만 생산자에 이어 소비자 물가까지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오름폭을 보이면서 드디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고 WSJ는 전했다. S&P500은 이틀 동안 1% 넘게 빠졌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깊고 큰 미국 국채를 덮친 매도세도 상당했다는 점이다.
10일 국채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수익률(금리)은 1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이 약속한 고정금리의 구매력을 갉아 먹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만큼 위험을 상쇄할 수당(수익률)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매도세는 "투자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앞으로 2년 동안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조치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월가를 넘어 일반 대중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올 수록 소비자들은 인플레 압박을 더 체감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형은행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연휴기간 거의 모든 소비재가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에 가해지는 인플레 압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낮췄고 급기야 이날 바이든 대통령까지 물가 잡기를 천명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인플레이션 추세를 뒤집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올해 랠리 뒤집을 전조는 아냐"
하지만 예상을 크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시장의 낙폭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트레이더, 애널리스트의 전언이라고 WSJ는 전했다. 장기 국채의 경우 수 주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됐고 후퇴할 만한 시기였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 10일 매도세가 올 한해 상승세를 뒤집을 만큼의 변화 전조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례로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1.558%로 체결됐는데, 지난 3월말 기록했던 올해 최고치 1.749%에 비해 낮다. 또, 지난달 21일 기록했던 최근 고점인 1.674%보다도 낮아 아직 미 국채 매입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증시의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기업이 계속해서 호실적을 내놓고 내년까지 금리가 주가를 위협할 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증시의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또, 내년부터는 2020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연휴 쇼핑시즌이 끝나고 기업이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제품공급에 점차 박차를 가하면 물가 압박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10일 금융시장은 공황(panic)에 따른 반응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라고 시카고 소재 DRW트레이딩그룹의 루 브라이언 전략가는 WSJ에 말했다. 연준이 내년 금리를 올리며 긴축에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추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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