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년이 남긴 것-①] 인종 차별과 정치적 분열
- 21-01-17
지난 2016년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백악관에 깜짝 입성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채 백악관 퇴거를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집권 기간 중 미국의 사회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을 양극화시킨 '분열의 아이콘'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자신에게 친화적인 언론과 지지 세력에 보낸 일방적인 편애는 강한 반작용으로 나타나 반트럼프 정서를 결집시켰다.
그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때부터 백인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미국 내 흑인, 이민자, 소수민족들을 자극했다.
지난해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과잉 체포 과정에서 목이 짓눌려 질식사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일어난 백인들의 20대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 총격 살해 사건과 응급의료요원 브레오나 테일러 살해 사건 등으로 분노가 축적된 시민들은 마침내 거리로 나섰다.
미국 내 전역에서 순식간에 거대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 물결이 확산됐고,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동조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그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는 팻말을 들고 평화행진을 벌이는 사람들을 '폭도'로 부르고 연방군을 투입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떠나지만 그의 인종 차별은 미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당분간 떠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 분열은 지난 11·3 대선을 치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친트럼프 진영과 반트럼프 진영 간에 폭력 사태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내전에 준하는 사태의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가정에서도 트럼프를 찍겠다는 보수적인 부모와 이를 말리는 자녀 사이에 불화가 생겨 가족의 연을 끊어버리는 비극이 발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에도 불화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추김을 받은 극단적인 친트럼프 진영의 일부 사람들은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갈등과 혼란을 심화시켰고 급기야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
대선 과정에서 고조된 진영 갈등과 정치적 분열을 봉합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인 관행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이쯤 되자 친정인 공화당 내부도 분열을 일으켰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공화당의 시니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한 이미 일부 각료들이 사임했고, 많은 백악관 측근이 사임하거나 조만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13일 미 하원은 임기 7일을 남겨 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선동'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탄핵안은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가결됐다. 공화당에서도 총 10명이 찬성에 가담했다.
공공연한 인종차별과 정치적 분열을 조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두차례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불명예보다 더 심각한 일은 그가 미국에 남긴 깊은 분열의 상처가 경쟁국에는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내부 갈등을 예측한 30년 전 논문 '미국이 미국을 반대한다'(America Against America)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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