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벼랑 끝 예산 전쟁…WP "디폴트 위험 그 어느 때보다 커"
- 21-09-29
예산안과 맞물려 부채 한도 증액·유예 놓고 민주-공화 대치전
민주, 셧다운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 유예' 분리 처리 추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간 벼랑 끝 '예산 전쟁'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이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2021회계연도는 오는 30일부로 종료된다. 때문에 늦어도 당일까지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그간 여러 차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겼던 미 의회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지난주 하원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오는 12월3일까지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인 1조2000억달러(1422조4800억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달러(4148조9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법안 처리를 반대하며 임시 예산안 및 부채한도 유예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 유예 법안을 처리하려고 시도했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오랫동안 양당이 극단적인 '예산전쟁'을 치러왔지만, 이번만큼은 셧다운을 넘어 디폴트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사회복지 법안 등 양당의 입장차가 큰 데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양당이) 실제로 미국을 디폴트 상태로 만든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정치)역학이 다르며, 디폴트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망할 정도다.
◇ 부채한도 증액·유예 놓고 민주-공화 대치…옐런 "10월18일 시한 제시"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디폴트 사태에까지 이르는 경우다.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법으로 22조 달러(2경6078조8000억원)를 부채 한도로 정해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재난지원금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현재 연방정부의 부채는 28조4000억 달러(3경3671조400억원) 규모로 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현재 부채 한도는 지난 2019년 설정됐는데 적용 시점이 올해 7월말까지 유예됐다가 8월1일부터 부활됐다.
부채 한도가 묶여 있는 만큼 연방정부는 채권을 발행해 더 빚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 재무부는 예산을 돌려막으면서 버티고 있지만, 만약 부채 한도가 늘어나거나 유예되지 않으면 보유 현금이 모두 소진돼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이를 수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 연방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의회가 10월18일까지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재무부의 비상조치가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시점에 재무부는 빠르게 고갈될 매우 제한된 자원만 남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날짜 이후에도 국가의 모든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디폴트 사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당장 이날 뉴욕 증시는 디폴트 우려 등으로 인해 일제히 급락했다.
옐런 장관은 서한에서 "(의회가)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 신뢰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납세자들의 차입 비용을 높이며, 앞으로 수년간 미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예산안) 승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임시방편의 부채한도 유예보단 근본적으로 부채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부채한도를 늘리는 것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재무부가 팬데믹 기간 동안 제공한 수조 달러의 지원금을 포함해 의회에서 승인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부채의) 3%만이 바이든 대통령에 관한 것"이라며 "대부분이 전임 대통령의 행정부 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은 민주당이 상·하원 및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부채한도를 늘리거나 유예하는 정치적 부담은 민주당에게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부채 한도 인상에 대해 양당이 모두 지원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라며 부채 한도를 인상하지 않으면 정부는 공공 근로자들의 급여를 지불하거나 부채를 상환할 수 없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채한도 인상은 지난 몇 년 동안 미 의회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였으며, 지난 2011년에 부채상한 인상을 둘러싼 대치 상황으로 인해 미국의 디폴트 위협이 커졌을 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고, 그 해 7월부터 10월까지 주가지수는 18% 이상 하락했다.
◇민주, '임시예산안-부채한도 유예 분리' 추진…셧다운은 일단 피하나?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과 부채 한도 유예 법안을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을 이르면 29일, 늦어도 30일에 통과시켜 하원으로 내려보내는 게 목표다.
공화당이 전날 부채한도 유예 법안이 포함돼 있는 것을 문제 삼아 임시예산안 처리를 저지했던 만큼 이를 분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으로 보인다.
만약 민주당의 구상대로 임시예산안이 처리된다면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이 제시한 10월18일 이전에 부채한도 증액이나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디폴트 사태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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