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식 창조적 파괴…비트코인 회계가치 어떻게 매기나
- 21-02-09
"美 회계기준상 감손만 가능...비트코인 올라도 최저가"
전기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기득권에 반대하며 파열음을 내는 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8일 머스크는 폭락과 폭등의 역사를 반복해 성장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는 폭탄 선언으로 시장을 뒤흔들어놨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은 9일 아시아 시간대 거래에서 4만7000달러선을 넘기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애플까지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RBC 보고서가 나오면서 비트코인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허용하면 당장 올해 말이라도 비트코인은 10만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머스크의 폭탄선언으로 기업들은 회계장부상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더욱 고심하게 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이터는 '머스크의 다음 파열음은 암호화폐의 회계처리'라는 제목의 브레이킹뷰스 칼럼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기업 재무상 가치 상승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일반회계(GAAP) 기준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른바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indefinite-lived intangible asset)으로 분류된다. 이 자산은 실물이 없지만 무한 사용이 가능한 무형 자산으로 감손만 회계처리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회계상 비트코인은 가격이 내려갈 수만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려면 팔아서 현금화하는 수 밖에 없다.
현재 회계기준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현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어떠한 전통적 금융자산 정의에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재고라는 개념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자산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비트코인은 가상 현금처럼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 변동성이 크고 현금화하기 힘들며 수학 알고리즘을 풀어서 채굴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투기적 금융상품 같은 측면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하려는 이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처럼 여긴다.
지금 미 회계기준은 이러한 비트코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테슬라에 이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비트코인에 적용하는 회계기준에도 상당한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현 기준대로라면 비트코인이 아무리 올라도 기업들이 보유하는 비트코인은 취득 이후 최저가로만 가격이 매겨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보유한 비트코인의 회계장부 가격과 시장 가격의 막대한 차익을 노리는 기법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어쩌면 머스크는 이러한 비트코인의 유연성을 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회계규범을 정하는 이들은 비트코인의 유연성으로 대해서는 안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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