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니 회식' 재개에도 자영업자는 '울상'…6인 모임 허용' 첫날
- 21-09-06
광화문 거리엔 직장인들 3~4인 모임 대다수
코로나 장기화에 자영업자들 "매출 상승 기대 않아"
"백신 접종하셨나요?" "제가 접종 완료자입니다. 보여드릴게요."
6일 오후 6시20분, 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 거리의 한 고깃집. 30~40대 직장인 3명이 들어오자 식당 사장은 백신 접종 여부부터 묻는다.
이날부터 식당·카페 등에서 백신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인 모임이 허용됐다. 오후 6시 이전에는 접종 완료자가 2명, 이후에는 4명이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영업시간도 밤 10시까지로 1시간 늘어났다.
규제가 완화됐지만 자영업자들은 손님과 매출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은 오랫동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고깃집에는 3명 모임이 2팀, 2명 모임이 2팀 있었다. 대규모 회식을 하는 분위기는 없었지만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깃집 사장 이영순씨(가명·40대)는 "증빙을 남기기 위해 백신접종 증명서 사진을 찍어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백신 인센티브 적용이) 영업에 도움은 될 것 같지만 손님이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빈대떡집은 이미 만석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직원들은 지글지글 빈대떡을 굽고 나르느라 분주했다. 기름 냄새가 번졌다. 사람들은 3~4명이서 모여 앉아 빈대떡 한 점에 소주 한 잔씩 기울이고 있었다.
가게 종업원 김진석씨(가명·30대)도 백신 인센티브 적용이 장사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3~4명 손님이 좀 늘었다"면서도 "아직은 손님 수가 평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곳도 코로나19로 매출은 상당히 줄었다고 했다.
박환용씨(가명·50대)가 혼자 운영하는 광화문의 한 이자카야에는 이날 특별히 그의 누나가 장사를 돕는다. 영업시간이 1시간 늘어난 데 따라 박씨는 누나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씨는 "10시까지 한다고 해서 긴급투입했다"며 웃었지만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안한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 확진자 늘고 말이 많아지면 (정부가 백신 인센티브와 영업시간 확대를) 도로 없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3명 이상 팀이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저 팀 백신 접종을 확인했느냐'고 캐묻는가 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아 접종완료 확인을 위해 자신이 일일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대신해야 했다는 것이다.
인근 직장인들은 기대감을 표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서소영씨(가명·35)는 "집 안에만 있기 너무 갑갑해서 이제 모임을 많이 가질 예정"이라며 "우르르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솔직히 둘이서 보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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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6시20분쯤 광화문의 한 거리. © 뉴스1/정혜민 기자 |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가짜 백신접종 증명서 우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명 이상일 경우 백신접종 완료자가 몇 명 이상 포함돼야 하는지를 묻는 자영업자들도 눈에 띄었다.
커뮤니티에서는 2인 초과 손님의 경우 '백신접종 증명서'를 받도록 하거나,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만 찍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강남·노원구청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백신 접종완료자 안내판'을 자영업자들에게 배부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부 완화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보내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대학생 김모씨(26·남)는 "촉박하게 사람을 만날 바엔 만나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2030은 접종 완료자도 적은 데, 젊은층에는 크게 의미 없는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주부 강모씨(53·여)는 "코로나가 낮에는 안 걸리고 밤에만 걸리는 것도 아닌데, 접종완료자에대해서는 인원제한 없이 풀어줘야 하는 게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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