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감동을 주어라!
- 21-08-23
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감동(感動)을 주어라!
[어린이 2명이 미술관에 있는 작품에 올라타 훼손을 시키고 있음에도 아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사진을 찍어주는 부모의 모습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다.
경북 경주솔거미미술관에 따르면 3월 17일 박대성 화백의 특별기획전 ‘서화(書畵), 조응(調應)하다’에서 어린이 관람객 2명이 전시관 한 가운데 있는 작품 위에 눕거나 무릎으로 문지르고 다녔다.
그런데 이를 발견한 아이들의 아버지는 아이들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그런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훼손한 작품은 통일신라시대 최고 명필로 꼽혔던 김생의 글씨를 모필한 것으로 가로 39cm, 세로 19.8m에 달하는 대작이다.
경북 봉화군 태자사 낭공대사탑비의 글씨를 그대로 따라 썼다. 작품 가격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 훼손 사실을 발견한 미술관 측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통해 아이들과 아버지를 찾아내 항의했다. 아버지는 “작품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사과했다. 박 화백은 아이가 그랬다는 말을 듣고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화백은 JTBC에 “나도 손주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다 그렇지 않겠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어른들이 조심해야 한다. 우리 관람 문화가 좀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2021년 5월 6일자 동아일보에서)
작가들에게는 작품이 곧 생명입니다. 그것이 대작으로 그 가치가 1억원이 넘는 것이라면 더더욱 보배와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철없는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망가뜨려 놓았다면 화를 넘어 분노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 화백은 “그러니까 아이들이지…”하면서 용서해주었다니 가히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들과 부모는 천 번을 듣는 가르침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녀들이나 제자들을 잘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이치에 딱 맞고 현실에 부정할 수 없는 진리를 분명하게 주입시켜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부모나 스승 중에 이렇게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땅에 존재하는 자식들이나 제자들은 왜 그렇게도 변화되지 않고 세상은 여전히 자식문제, 제자문제가 넘쳐나고 있을까요? 감동을 주지 못하고 가르치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입으로만 가르치는 교육은 이처럼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두고 떠나야 할 제자들을 온 몸으로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신약성경 요한복음 13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입술로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온 몸으로 친히 모범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남아 있는 영원한 스승이 되신 것입니다. 인간은 가르침으로 변화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감동을 받아야 변화를 입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입안에 있는 말로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감동을 주는 모범으로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혀 와 자신의 입지를 난처하게 만든 한 여인을 놀랍도록 감동을 주시며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율법에는 간음하다가 붙잡히면 돌로 쳐 죽이도록 되어 있었기에 예수님을 비난하던 유대인들은 그 여인을 붙잡아 예수님 앞에 내동댕이 치며 예수님을 시험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돌로 치라고 하시면 사랑을 가르치던 그에게 “그것이 네가 말하는 사랑이냐?”고 비난하게 될 것이고, 용서해 주라고 한다면 율법에는 “돌로 쳐 죽이라”고 되어 있는데 “네가 감히 그 율법을 어기느냐?”고 비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그러한 그들에게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예수님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다시는 그런 죄를 범하지 말라”고 용서해주셨습니다.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도 감동을 주는 삶으로 모든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멋쟁이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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