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전병두 목사] 장애인 선교사역
- 21-08-05
장애인 선교사역
올해 7월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화씨 100도(섭씨로는 37.8도)를 넘기는 날들이 열흘 이상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교회 화단에 심은 꽃잎들이 태양의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하고 타들이 가던 날, 교회 문고리에 누군가 걸어 놓고 간 봉지에는 편지 한 장과 두 뭉치의 마스크가 담겨 있었습니다.
“...할렐루야, 1,317번째(미국의 한인 교회 중)로 유진중앙교회(전병두 목사 시무 미주고신) 를 방문하기 위해서 달리고 달려 찾아왔습니다. 성전 문 앞에서 간절하게 기도드리고 떠납니다. 선교의 동지, 동역자 및 어깨동무 친구가 되어지기를 바랍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캄보디아에도 코로나19가 너무나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선교지로 돌아갈 길이 지금은 막혔습니다(저는 건강 문제로 잠시 선교지를 떠나 미국에 입국하여 병원 방문 체크를 한 후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선교지로 떠날 수 있는 날까지 순회 선교 보고 사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손으로 또박 또박 쓴 편지 마지막 부분에는 편지를 쓴 날짜와 시간, 그리고 연락처 전화 번호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예배당 마당을 빠져 나간 시간은 삼십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선교사님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조동천 선교사입니다. 차를 돌려 다시 교회로 가겠습니다. 아마 일, 이십 분 정도면 다시 교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후에 검정색 자동차가 미끄러지듯이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선교사님과 옆 자리에 앉은 사모님의 밝은 미소는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많이 덥지요?” “초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못 뵈고 갈 것 같았습니다.” 선교사님과는 처음의 만남이었지만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역하는 동역자라는 유대감과 함께 가족과 같은 친근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조 선교사님 내외 분은 일찍 미국 동부의 뉴저지로 이민 온 가정이었습니다. 이민 초창기에는 세탁소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 힘겨운 정착 과정을 겪었지만 후에는 사업으로 성공을 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 집안이 그리스도를 잘 섬기는 믿음의 가정에서 성장한 선교사님 내외분에게는 교회가 삶의 중요한 터전이었습니다. 고된 이민 생활을 하면서도 철저한 주일 성수와 예배 중심의 삶, 교회를 섬기는 일이 그에게는 큰 보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주님은 그 부부를 캄보디아에 선교사로 보내셨습니다. 그는 캄보디아에 크리스찬 학교를 세워 선교 사역을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를 장애인 선교사로 세우셨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유난히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킬링필드라는 영화의 실제적인 현장이 캄보디아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1960~70년대에 캄보디아에서는 급격한 정변이 일어나 민족 대량 학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에 학살을 당했던 주요 인물들은 지식인들이었습니다. 안경을 낀 사람, 손이 고운 사람 및 글을 아는 사람들은 죽임의 대상이었습니다. 혼란의 와중에 곳곳에는 지뢰밭이 있었습니다.
수백만명이 죽임을 당한 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잃거나 신체 장애인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면서 인간의 존엄성과는 거리가 먼, 짐승과 같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는 밖에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어둑 침침한 짐승들의 거처와 같은 곳에서 소리 없이 죽어가는 자들이 장애인들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장애인들은 정부로 부터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외면을 받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줄 형편도 못되었습니다. 주님은 조 선교사님 내외분을 그들에게 보내셨습니다. 그들은 육체적인 장애만 가진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심각한 피해 의식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조 선교사님은 성경을 펼쳤습니다. 마가복음 10장 45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이 말씀을 따라서 주님이 그에게 주신 사명은 ‘날마다 찾아가 섬겨라(EVERYDAY SEARCH & SERVE)’는 것이었습니다.
조 선교사님 내외 분은 곳곳에 숨어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찾아가 만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두려워하였습니다. 차라리 숨어 살기를 바랬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휠체어를 마련해 주는 일도 그들의 사역 중의 하나였습니다.
선교사님과의 대화는 더위도 잊게 해 주었고 시간의 흐름도 멈추게 하는 듯하였습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자동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딱히 오라는 곳도 아닌 곳을 찾아 다니며 선교의 동지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석양의 아름다움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았습니다. 선교사님 내외분이 몇일 간이라도 이곳에 머물며 새 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업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이민 교회 교우들도 함께 장애인 선교를 위해 기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선교사님은 기꺼이 다가오는 주일에 캄보디아 장애인 선교 활동을 보고도 하고 기도의 제목도 나누기로 했습니다. 로마서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롬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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