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3] 17살 중국 소년병을 생포하다
- 21-07-22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17살 중국 소년병을 생포하다
(5)육군 제2사단과 합류
필자 부대는 드디어 양평에 도달해 육군 제2사단 사단포병으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곳에서 75mm 산포가 105mm 곡사포로 교체돼 북진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원래 미군 편제에는 1개 사단에 105mm 곡사포 3개 대대와 155mm 곡사포 1개 대대가 배정돼 있는데 그 당시 한국군에는 1개 사단에 105mm 곡사포 1개 대대의 미미한 화력지원이 전부였다.
(6)중공군 소년병 생포
필자는 제2사단 32연대에 관측장교로 파견돼 보병부대와 함께 도보로 청평발전소로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발전소에 도달하기 전 한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 마을의 한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것이었다. 피난처에서 자기 집에 돌아와 보니 중공군 병사가 집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즉시 수행 병사와 함께 그 집으로 달려가 집 입구 담장 밖에서 집안을 바라보니 그 병사가 안방에서 소총을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필자는 8ㆍ15 해방 당시까지 유소년기를 중국(만주)에서 보냈기에 그때 배운 중국 말로 “너 괜찮다, 나오너라”하고 회유하니 손을 들고 나왔다.
우선 그가 들고 있던 소총을 빼앗고 호주머니를 뒤지니 가족 사진 한 장이 발견됐다. 알고 보니 이 병사는 17세의 소년병으로 중국 상해의 부유한 가정에서 징집돼 한국전에 참전하게 된 것이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포대 속에는 옥수수 가루가 있었고 그 당시 한국에서도 알려진 소위 ‘상해 농구화’ 신품이 있어 필자의 연락병이 보자고 하니 이 병사가 안된다고 하면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이 위기 상황에서 농구화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울먹이는 이 한심한 어린 포로가 너무나 가련해 보였다.
필자 추측으로는 이 소년병이 포로가 되기 위해 자기 부대를 고의로 이탈해 이 빈집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 포로를 보병부대에 인계하고 나니 그 집주인 아주머니가 된장국 저녁 밥상을 준비해와서 오랜 만에 따뜻한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은 뒤 그 호의에감사하면서 그곳을 떠났다.
(7)미군 탱크부대의 지원 사격
부대 선두가 청평발전소댐 근처에 이르렀을 때 강 건너 산에서 중공군으로부터 기관 총탄과 박격포탄이 날라 오기 시작했다. 부대 행렬이 급속히 분산되고 각기 인근 나무와 바위 등 엄호물에 피신했으나 전방 산 위의 적에게 노출되어 있는 한 효과적인 대항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상황이 약 30분정도 지속되다 끝나갈 때 댐 아래서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모래사장에 미군 탱크 부대가 나타나 적군 기관총호를조준 사격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의 지원에 감사하는 동시에 한미협동작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중공군이 퇴각하자 우리는 댐 위의 콘크리트 통로를 이용해 무사히 강을 건너 다시 김화 방면을 향해 야간 행군이 시작됐다.
필자는 이때에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들이 닥쳐 생후 처음으로 걸으면서 잠을 자는 경험을 했다. 얼마 전까지 강 건너 산위에서저항하던 중공군은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고 부대는 무사히 목적지인 사창리 근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4회에 계속>
윤영목 회장의 6ㆍ25참전기 1회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https://www.seattlen.com/hot/5482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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