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흐뭇한 사랑이야기
- 21-07-05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흐뭇한 사랑이야기
약 40년 전 조성환씨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그가 쓴 <모티베이터(Motivator)>와 매스컴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내용이 일과성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여 조성환씨 부부에 대한 아름다운 사연을 필자가 다시 직접 다루어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조성환씨는 24세에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소대장직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군인이란 원래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서약을 한 몸이기도 하지만 항상 무기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 아닙니까.
그러던 어느날 그는 훈련중에 수류탄의 오발로 졸지에 오른 손을 잃는 불행을 맞게 되었습니다. ‘남자의 오른손’, 그것은 남자가 지닌 능력의 상징이요 남성다움의 대명사인데 그 손을 잃은 그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의 머리에 떠오른 사람은 그의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녀가 이 불구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사고가 난 며칠 후 그녀가 병원으로 찾아왔습니다. 조성환씨의 남아있는 손을 꼬옥 붙들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그녀와 함께 울고 있던 조성환씨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습니다.
“난 이제 손이 없는 불구자요. 날 잊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불구자의 아내로 묶어두고 싶지 않은 그의 본심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그녀의 대답입니다. “여보, 내가 사랑한 것은 당신의 인격이지 당신의 손이 아니었어요.” 그러자 조성환씨는 “난 더 이상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당신이 어떤 길을 선택해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여보, 지금까지는 제가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당신에게 꼭 필요합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당신의 오른손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지금까지 평범한 여자 친구로만 알았던 그녀가 천사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녀가 병원까지 먼 길을 왕래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병원 근처에 방까지 얻어 놓고 자주 병원을 드나들며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그녀의 친정 부모가 그들의 교제를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어느날 딸이 병원에 와 있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병원을 찾아와 딸의 손목을 끌다시피 잡아당기면서, “가자! 절대로 안된다!” 라고 외치자 딸이 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애원하듯 부르짖었습니다.
“아버지, 사람이 살다보면 앞일을 모르는데,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정말 모르는데 만일에, 만일에 그런 일이 절대로 없겠지만 아버지의 오른 팔이 없어졌을 때 어머니가 팔 없는 당신과 살 수 없다면서 집을 나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나는 당신의 팔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아버지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시겠습니까?” 아버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병상에 누워 그녀의 하는 말을 들으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성환씨는 지금까지 그때와 같은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평생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몇번이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습니다.
그렇게 깊은 사랑의 경로를 거쳐 이룩한 가정이었기에 조성환씨는 그후에 샴푸와 컨디셔너를 합한 「하나로」를 개발하여 크게 성공한 것을 비롯해서 하는 일마다 뜻을 이루고 학문적으로도 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된 것은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과 선하고 강열한 의지로 출발한 가정 위에 내려지는 자연스런 귀결이 아니겠습니까.
조성환씨가 사람들에게 자기 부인을 소개할 때 마다, “제 아내는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이런 흐뭇한 미담을 들을 때마다 세상은 더 밝게 보이고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더 많은 칼럼을 보시려면 https://www.seattlen.com/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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