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조정외] 고비
- 21-06-14
조정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고비
누구인가
순간인지 뭉텅이의 흐름인지
죽음에 다가가 차가운 손을
잡아버리게 되는
결말의 한 장면인지
아님 그 무엇도 아니라서
붙여진 이름조차 손바닥 사이에 넣어
비벼버려도 되는
날벌레 같은 가벼움인지
절벽 끝에 서서
균열이 이는 것도
삶의 모서리가 부서지는 것도 바라보았다
발뒤꿈치를 붙들고 있는 뜨거운 땅은
살을 뚫고 들어왔다
나약함을 노리고 있는
칼날이 있고 칼날을 무디게 하는 불이
거기 있었다
모래 산에 모래처럼 누워
언제 올지 모를 낙타를 기다리다가
정신을 잃었다가 얼었다가
꿈이 깨듯이 일어나
곁에 놓인 향기로운
편지 한 장 앞에서 울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고무신을 꿰어 신고
약속된 시간으로 다가간다
사막으로, 절벽으로
흐름에 몸을 맡긴
목을 축일 비 한 모금 그리워하는
한 마리 가여운 짐승처럼
빈 몸으로 사막에서 사는 이에겐
무엇이 고비였을까
삶이 형벌이라던
시한부 그녀는 아직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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