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지소영] 백혈구
- 21-06-07
지소영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원)
백혈구
창 건너 바람
온 밤 지붕 흔든 겨울
그 모서리에서 지긋이 느낀다
형체 없는 동그라미다
휘청거린 응어리
혈관 곳곳 불쑥불쑥 찌르고
소속도 모른 체
떠밀려 와 머무르는 섬
날마다 지고 뜨는 별은 그 자리다
어떤 결심에 묽은 붓끝
흐린 풍경 그려내고
정제 못하는 어느 끝인가
육각 피라밋, 삼각 근육
생명 겨루기에 무시로 변하고 있다
알고 싶다 백혈구야
널 살리는 방법을.
<해 설>
좋은 시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감동을 주는 시는 시인의 눈물을 거쳐 나온다.
이 작품 속에서도 화자는 자신의 신체적 고통으로 인한 눈물을 거쳐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감동의 시를 쓰고 있다.
화자는 자신의 혈액 속 백혈구의 문제로 혼미함과 생사를 넘나드는 통증 중에도 별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시인에겐 시 쓰는 일이 진정한 삶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겨루는 고통 속 시인의 붓은 “흐린 풍경”만을 그려낸다. 하여 시인은 자신의 병과 친구가 되고자 하며 서로를 살리는 길을 함께 모색한다.
“알고 싶다 백혈구야/ 널 살릴 방법을“.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시인이 같은 신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힘을 주고 독자들이 페이소스를 가져 정화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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