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출산·자퇴한 흙수저 노동자…영국 새 2인자의 굴곡진 인생
- 24-07-08
스타머 내각 부총리 된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내 강성 좌파와 중도 좌파 세력 연결하는 역할
어릴 적 살던 공공주택은 툭하면 난방이 끊겼다. 어머니가 문맹이라 집에 책 한 권이 없었다. 열여섯 살에 덜컥 임신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노인 돌봄 노동자로 취직해 노동조합을 이끌었다.
이는 영국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하면서 영국의 2인자가 된 앤절라 레이너(44) 부총리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영국 엘리트 정치인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뭇 언론에 조명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반 유권자 친화도가 높은 레이너가 노동당의 강력한 선거 자산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인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노동자 계층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너는 노동당 내각의 핵심 부처인 균형발전·주택·지역사회 담당 장관으로 임명됐다.
스타머 내각에 자수성가형 정치인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레이너는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슈퍼우먼 이미지를 갖고 있다.
레이너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집에 책이 없었다. 어머니가 읽거나 쓰는 걸 못 했기 때문"이라며 불우한 가정사를 당당하게 고백했다. 그는 겨울에 난방이 자주 끊기는 공공주택에서 양극성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며 종종 자신의 처지에 분개했다고 한다.
16살 때는 덜컥 임신하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시간제 대학에 입학해 수어와 사회복지를 배웠다. 생계를 위해 돌봄 노동자로 일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간부를 거쳐 20만 명을 대표하는 위원장직에 오른다.
전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레이너는 노동당에 입당한다. 그는 "어릴 적 나를 먹여 살린 학교 무상급식이 나를 노동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레이너는 2015년 맨체스터 인근 애슈턴 언더라인 지역구에 출마해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 선거구에서 여성 의원이 나온 건 180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2017년에는 첫아들이 딸을 품에 안아 37세의 젊은 나이로 할머니가 됐다.
원내 입성 후에는 강성 좌파였던 제러미 코빈 전 당대표의 신임을 받아 예비 내각의 연금장관으로 임명됐고, 중도 노선을 추구하는 스타머 대표와는 초기에 다소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정 받는 동료가 됐다.
런던대의 현대학 강사인 리즈 버틀러 박사는 NYT에 "레이너는 노동당 내부의 여러 부분을 주의 깊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코빈 지도부와 스타머 지도부에서 모두 인정받은 드문 예"라고 평가했다.
레이너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2021년 당시 집권 보수당을 '쓰레기'라고 칭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적 반대파와 타블로이드지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성폭행과 살해 위협이 계속되자 자택에 비상벨을 설치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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