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탈의녀부터 포커당 후보까지'…오늘 '괴짜 난무' 도쿄도지사 선거
- 24-07-07
56명 출마 '기록적'…후보 사칭, AI후보로 선거 혼탁해져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가 7일 오전 시작되었지만, 정견 발표 대신 상의를 훌렁 벗거나 가짜 후보 또는 인공지능(AI) 후보가 난무한 이 선거의 씁쓸함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상 최다인 56명이 출마한 이 선거가 소셜미디어 시대의 그림자를 가장 잘 반영한 선거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출마자가 많은 만큼 괴짜도 대거 출마했다. 지난달 27일 우치노 아이리 후보는 '귀여운 나의 정견방송을 봐주세요'라는 정당의 후보로 나와 TV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훌렁 벗고는 "나 귀엽죠?"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정치는 잘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했고 주요 공약은 귀여운 외모로 정치 분위기를 환기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남성 후보는 핵융합 발전을 해서 전력 배당금 100경 엔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포커당 후보로 출마한 한 여성은 포커로 침체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 발명가라고 소개한 96세 남성은 모든 사회 문제를 본인의 발명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출마했다.
한편 일본 NHK방송은 6일 소셜미디어 X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칭이었다고 보도했다.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기부해달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적힌 사진이나 선거 포스터를 X에 올리거나 유튜브에 출마 동영상을 올렸는데, 모두 가짜였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가짜 후보 게시물은 X에서만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널리 유포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포스터가 진짜 후보가 아니라고 비판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분간을 잘 못해 '응원한다' '투표하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캠페인 포스터 게시판을 판매 광고 공간으로 활용해 게시판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전역에 총 1만4000장 이상의 선거 포스터 게시판을 설치했지만, 실제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선거 포스터는 거의 없었고 일부 게시판엔 가짜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또한 소셜 미디어 X에 '강력한 후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우리는 강력한 후보를 찾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미모의 여성 사진이 나타나는 데 이는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였다. 이 AI 여성은 옷깃에 금색 배지를 달고 마이크 앞에서 무엇인가를 말하는 모습이다. 이 이미지는 650회 이상 재게시되고 2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후보 관련 가짜정보가 확산하는 원인이 온라인상의 관심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관심 경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튜브는 동영상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X도 지난해 일정 조회수(노출 수)를 얻은 게시물에서 수익을 올리는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이것 아니어도 사용자를 블로그와 웹사이트로 안내하여 방문 수에 따라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이름 인지도를 높여 다른 비즈니스로 유도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이 후보 사칭 또는 실제 후보 등록이 난무한다는 설명이다.
선거 및 디지털 기술 전문가인 메이지 대학의 유아사 겐미치교수는 "도쿄도지사 선거는 매우 주목받는 후보가 많이 출마하고 있으므로 인지도를 높이고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끌 좋은 기회"라면서 "내용이 맞든 그르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 보는 사람의 수에 비례하여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짓 출마자가 많을수록 실제로 출마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희석되어 유권자의 투표권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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