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온갖 거짓 주장에도 토론 '대승'…'추락하는 미국 민주주의'
- 24-06-28
바이든 대패 평가…트럼피즘, 유권자들 지지받아
'1·6 사태' 거짓 주장…언론들 "허위 주장 놀라워"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 27일(현지시간) 맞붙은 CNN 주최 첫 미국 대선 토론회를 놓고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류 언론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패(大敗)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잡은 승기는 거짓으로 점철된 발언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추락했다"는 식의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극단주의 득세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식 정치)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81세의 바이든 대통령보다 세 살 어린 트럼프 전 대통령(78)은 자신의 '젊음'을 과시하려는 듯 강한 어조와 특유의 큰 몸짓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기를 눌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CNN이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 565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6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나은 성적'을 냈다고 손을 들어줬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였고 주류 언론들도 매체 성향에 관계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함께 쏟아졌다. 토론회에서 승기를 쥐기 위해 더러 주장의 과장이 있을 수도,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이 놀라울 정도로 상당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있어 단 한마디의 사과 또는 유감 표현은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오히려 축소한 점이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바이든 당선인(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 민주주의에 있어 '세계적 모범국'임을 자평했던 미국의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남겼다.
미(美)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진실에 있어 좋은 밤은 아니었다"며 "토론에서 거짓말은 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실제 발언된 허위 사실의 양은 놀라웠다"고 평했다.
이어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동'으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미국 국회의사당에 비교적 적은 수의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말한 데 대해 "AP 통신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이 범죄로 1400명 이상이 기소됐고 1000명 이상이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바로잡았다.
CNN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사당 사태'에 관한 자신의 역할에 있어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평했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누가 당선되든 2024년 대선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할 것이냐'고 세 차례 질문을 받았지만 그의 답은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며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이 부정으로 치러졌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토론회 발언들은 "미국 대중의 지성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는 거짓말의 연속이었다"고 혹평했다.
콜로라도 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카린 바스비 앤더슨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발언에는 반쪽짜리의 진실, 잘못된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지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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