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오클라호마, 교내 '성경 교육' 의무화…'정교분리' 헌법에 배치

공립학교 교실에 성경 비치…"성경은 서구 문명의 기초"

바이블 벨트주 과거로 회귀…헌법 소원에 오히려 '환영'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교육당국이 교내 성경 교육을 의무화했다. 루이지애나주가 교실 내 십계명 게시 지침을 내린 지 일주일 만이다. 모두 '정교분리'를 명시한 미 헌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은 28일(현지시간) 주정부 교육부 이사회에서 주내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경을 비치하고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월터스 교육감은 유대·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서구 문명의 기초가 되는 기록"이라며 성경 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나라의 역사를 가르치고 우리 법체계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클라호마주의 모든 공립학교 교사는 교실에 성경을 비치하고 교실에서 성경을 가르칠 것"이라며 "주 내 모든 학생이 이러한 역사적 이해를 갖출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을 비롯한 미국의 역사적 인물들이 각종 연설에서 성경을 인용했다고 부연했다.

공화당 소속인 월터스 교육감은 역사 과목 교사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날 월터스 교육감은 성경으로 정확히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주에선 역사 교육의 일환으로 성경 일부를 발췌해 가르치고 있지만, 성경 전체를 교육 과정에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NYT는 짚었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터져 나왔다. 털사 공립학교의 스테이시 울리 교육위원장은 이날 NYT에 당국으로부터 교육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다양한 신앙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교내 성경 교육이 위헌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오클라호마 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감의 이번 명령은 엄연히 위헌이며 주법에 따라 교재 선택권은 개별 교육구(school district)에 있다고 못 박았다. 오클라호마 교육협회도 "성경의 역사적 맥락에 대해 가르칠 수는 있지만, 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는 '연방의회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국가가 특정 종교를 후원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오클라호마 주 헌법은 모든 공립학교의 공적 자금 지출은 비(非)종교적이어야 하며 특정 종교에 혜택을 줘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미 전역의 공립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주기도문과 성경 구절을 의무적으로 낭송해야 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3년 판결을 통해 이를 금지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텍사스주 등 미 중남부 '바이블 벨트'에선 2020년대 들어 공립학교에 교목(校牧)을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주의회에서 통과되는 등 보수·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미국 50개주 최초로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걸어두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십계명이 미국의 법치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랜드리 주지사는 "빨리 소송당하고 싶다"며 분쟁을 보수 우위인 미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복안을 암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