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주류 중도우파 정당, 금기 깨고 상종가 극우에 손 내밀었다
- 24-06-12
국민연합 공화당과 연대 환영…"정당의 이익보다 국익 우선시"
주류 정당과 극우 정당의 연대는 최초…공화당 내에선 '내홍'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들이 약진한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중도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에 손을 내밀었다. 주류 정당들도 세력 유지를 위해 유럽이 극우화되어 가는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에릭 시오티 공화당 대표(사진)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마린 르펜 하원의원이 속한 국민연합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시오티 대표는 "우리는 스스로를 유지하면서 (국민연합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실체가 없는 반대 목소리를 막자"고 말했다.
공화당과 국민연합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프랑스 정치사에 첫 주류 정당과 극우 정당의 첫 연대로 기록된다.
프랑스에선 주류 정당과 극우 정당 사이에 댐이라고 불리는 '완충지대'(cordon sanitaire)가 놓여 있어 사실상 연대가 금기시됐다. 그러나 극우 세력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완충지대도 서서히 좁혀지는 모습이다.
시오티 대표도 "프랑스 국민들은 완충지대에 관심이 없다"며 "국민들은 구매력 감소와 불안, 이민자들의 홍수에 대한 답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민연합은 공화당과의 연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시오티 대표는) 우리 정당의 이익보다 프랑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민 혼란에 맞서고 권위와 질서를 회복하며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하며 연대 의사를 반겼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하원 원내대표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오티 대표의 연대 주장을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극우 정당과 협력하기를 거부하는 정통적인 우파 정당의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시오티의 결정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9일(현지시간) 조르당 바르델라와 함께 유럽의회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
공화당은 샤를 드골, 조르주 퐁피두,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을 배출한 프랑스의 정통 보수 우파 정당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공화당의 의석수는 전체 577석 중 61석에 불과하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국민연합은 31.4%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공화당의 득표율은 7.25%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율이 낮아 향후 의석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9일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이 자국 내 득표율 1위를 기록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차 투표는 오는 30일, 결선 투표는 다음 달 7일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국민연합과의 연대를 두고 내홍이 일고 있어 연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프랑수아 코페 전 공화당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오티 대표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극우 정당을 칭찬하는 것은 우리가 수호하는 모든 가치에 어긋난다"며 시오티 대표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인 발레리 페크레세 일드프랑스(수도권) 지사도 "시오티 대표가 영혼을 팔았다"며 국민연합과의 연대에 반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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