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에도 웃지 못하는 이스라엘…'민간인 학살' 논란 일파만파

인질 4명 구출 과정서 민간인 사상자 수백명 발생

전시내각은 붕괴 위기…"불투명한 전시 정책 처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8개월 만에 하마스에 잡혀갔던 인질 4명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그 성과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출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수백명 사망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민간인 학살' 비판이 커지고 있고 내부 갈등으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탈퇴하는 등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인질 4명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대낮에 펼친 대담한 작전"이라고 자평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라며 인질들을 직접 만나며 격려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출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으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작전의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누세이라트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민간인 274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며, 하마스는 이를 두고 "극악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라고 밝혔고,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도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논란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유명 언론인 나훔 바르네아는 이번 구조 작전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레바논의 문제도, 가자지구의 문제도,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다른 수많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번 작전으로 인질 구출을 위해 군사적 압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복잡한 군사 작전이 인질 중 일부만 구할 수 있고 군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마스가 향후 인질을 더욱 꼭꼭 감춰 추가적인 구출 작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아비 칼로 전직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은 NYT에 "하마스는 교훈을 얻고 인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더 많은 예방 조처를 할 수 있다"라며 "하마스는 여전히 많은 인질을 붙잡고 있으며 4명이 줄었다고 해서 현실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하마스 내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인질들에게 큰 위험을 초래하고 그들의 상태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이자 전시 내각의 일원인 간츠 대표가 탈퇴하면서 네타냐후 정부의 존립도 위태로워졌다.

간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진정한 승리로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 총리가 막고 있다"라며 전시 각료 사임을 선언하고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간츠 대표의 사임에도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유지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등 5개 정당이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해 국가통합당 없이도 과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간츠 대표의 이탈로 네타냐후 총리는 앞으로 극우 세력에 훨씬 더 의존하는 등 정치적 후폭풍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간츠 대표기 전시 내각을 떠난 것은 비상정부의 종말과 네타냐후 총리의 불투명한 전시 정책에 대한 처벌 역할을 한다"라며 "극적인 인질 구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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