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기다림의 미덕(美德)
- 24-06-10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기다림의 미덕(美德)
한국을 방문하려면 시작부터 끝까지 기다림의 연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갈 때부터 계속되는 자동차 정체로 기다려야 하고 체크 인을 할 때도 시큐리티를 통과할 때도 기다려야 합니다. 탑승할 때도 기다려야 하고 탐승 후 이륙할 때까지도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12시간이라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좁고 불편한 기내에 갇혀서 기다려야 하고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또 다시 입국심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간신히 입국장에서 빠져나오면 또 다시 짐을 기다려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이 살아가가고 있는 인생입니다. 기다림은 이처럼 한국 갈 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렇게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들 인생 또한 평생을 두고 애태우고 고생하면서 기다림의 연속으로 인내하다 비로소 천국이라는 영원한 안식처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같은 기다림에 실패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브라함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일컬어 믿음의 조상이라고도 부르고 예수님의 조상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그는 신약성경을 시작하는 마태복음 1장 1절에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등장합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마1:1)고 말입니다. 이처럼 유명한 사람, 아브라함도 기다림에 실패하여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겨놓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아브라함은 자식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나이 75세가 될 때까지도 그는 무자하였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하나님은 놀라운 약속을 하나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들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때에 그의 아내 사라는 이미 경수가 끊어졌고 아이를 잉태할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바로 그러한 그들을 통해 아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5년, 10년, 15년이 지나도 그들에게 자식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그 누구라도 나이가 90이 넘어가고 이미 자식을 생산할 수 없는 아내를 통해 아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말씀하시면 반드시 지키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아들을 주겠다고 약속해주셨으니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경험과 지식으로 볼때 이제 더 이상은 자식을 갖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아브라함은 인간적인 방법으로 아들을 가져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바로 사라의 몸종인 하갈을 취하여 자식을 갖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낳은 아들이 이슬람의 조상이 된 이스마엘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나이가 백세가 되었을 때 약속하신 그대로 아들을 주셨으니 그가 바로 이스라엘의 조상인 이삭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사라의 몸종이었던 하갈이 아브라함을 통해 잉태하게 되자 주인인 사라를 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갈이 낳은 이스마엘이 이삭을 또한 학대하였습니다.
그래서 하갈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적대시하고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년이 넘는 긴 전쟁으로 소중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를 위해서도 데모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도 전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대량 희생은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돕자는 데모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무 상관도 없는 대한민국에서조차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이 종교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류의 종말은 이 같은 이스마엘과 이삭의 후손들이 싸우는 전쟁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엄청난 불행의 씨를, 아이러니컬하게도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기다리지 못한 연고로 말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삶에서도 이처럼 기다리지 못함으로 만들어 놓은 불행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인격과 신앙은 기다림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기다림의 미덕이 없이는 결단코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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