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휴전안 선그은 이스라엘, 라파 중심부·난민촌 공격 지속

유엔 구호기구 "피란민 100만명 라파 떠나"…아파치 헬기 공격·전투기 미사일 투하

네타냐후 "하마스 통치력 파괴때까지 전쟁"…극우내각 "휴전시 연정 이탈" 으름장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을 일단락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단계 휴전안'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고수하며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중심부와 중부 난민촌 공격을 지속했다. 구호품이 반입되는 라파 검문소 운영 재개 협상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는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한때 140만 명에 달했던 라파 피란민 중 최소 100만여 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도시를 떠나 라파 내 36개 대피소가 모두 비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0만 명의 피란민들이 라파 인근 남부도시 칸유니스와 중부지역으로 대피했다"며 "인도주의적 공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아파치' 공격헬기와 드론을 활용해 라파 중심부를 공습했다고 AFP에 증언했다. 라파 서부 텔 알술탄에선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투하한 미사일에 주택 1채가 피격됐다고 한다. 난민촌이 설치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와 알부레이, 누세이라트 일대에도 이스라엘군이 포격을 가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북부도시 가자시티에선 이스라엘군의 아파치 헬기가 주택 1채를 공격해 3명이 숨졌다고 현지 병원 관계자가 AFP에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은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안을 제안한 이후 감행된 것으로 전쟁 출구 전략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하마스 피랍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간 교환을 전제로 한 3단계 휴전안을 발표했다.

휴전안에는 △이스라엘군이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면 6주간 휴전에 돌입해 인질-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고(1단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집권하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며 이스라엘이 먼저 휴전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영구 휴전과 철군, 가자지구 재건, 실향민 귀환, 포로 교환을 분명히 약속한다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모든 휴전 제안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1일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휴전안을 제시한 건 맞지만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파괴하기 전 (이스라엘이) 영구 휴전에 동의할 것이란 생각은 애당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non-starter)"고 일축했다. 또한 "모든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역량 파괴란 전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 외교정책 자문관인 오피르 팔크도 2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에 대해 "우리가 동의한 거래이지만 좋은 거래는 아니다.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이 있다"며 "대량학살 테러조직인 하마스 파괴와 피랍 인질 석방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을 두고 여야간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 파트너인 브살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지지할 경우 연정에서 이탈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중도성향의 이스라엘 제1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정부가 협상을 성사할 경우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이스라엘, 이집트 등 3국은 2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폐쇄된 라파 검문소 운영 재개 방안을 논의했지만, 검문소를 재개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라파 검문소 내 팔레스타인 측 통제구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검문소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집트와 이어진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로 식량·식수·의약품 등 구호물자가 반입되는 통로였다. 검문소를 장악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마지막 남은 미수복지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을 전개하면서도 미국의 요구로 자국과 라파를 잇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재개방했다. 그럼에도 구호품 반입은 여전히 차질을 빚는 실정이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구호품이 바닥나 지난달 22일부로 라파 내 구호 식량 전달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날 하마스 보건당국은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어린이는 32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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