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부모님들 죄책감 갖지 마세요"…소아암 오해와 진실
- 24-05-05
부모의 생활습관과 무관…단지 잘못된 세포가 만들어진 것
항암 치료 반응도 성인보다 좋고 치료 잘 견뎌…70~80% 완치
어린이를 위한 날, 어린이날이다. 어떤 선물을 받을지 상상하며 이날만을 기다리며 들뜨는 아이들의 동심은 어른들마저 미소짓게 만든다.
하지만 어린이날이 더욱 외롭고 쓸쓸한 아이들이 있다. 바로 소아암 환자들이다.
소아암은 대개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아암 환자 수는 2017년 1284명, 2018년 1275명, 2019년 1206명, 2020년 1249명, 2021년 1349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환자의 1% 정도다.
소아암은 성인에 발생하는 암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 기원부터가 다르다.
성인의 경우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수십 년간 축적돼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다양한 암세포들로 하나의 암이 구성된다.
반면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안 좋은 세포들이 균일하게 암을 이루고 있어 항암제를 쓸 때도 일률적으로 반응성이 좋게 나타난다.
발생하는 암의 종류도 성인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정우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소아암은 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암과는 좀 다른 암들로 구성돼 있다"며 "백혈병, 림프종 같은 혈액암 계열과 뇌종양, 근육이나 뼈에 생기는 육종, 복부에 생기는 신경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윌름종양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경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등은 거의 소아에게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성인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이 경우 나이와 상관 없이 성인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를 한다.
소아에게 많이 나타나는 암은 혈액암이다. 그중에서도 백혈병 유병률이 가장 높다. 2021년의 경우 0~14세 소아암 환자 937명 중 약 30%(284명)가 림프성 백혈병, 급성 골수성 백혈병, 상세 불명 및 기타 상세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소화암과 관련해 잘못된 인식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소아암 환자의 부모들 대부분이 자녀가 암 진단을 받으면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한정우 교수는 "아이들이 병이 생기면 '혹시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잘 알려져 있는 생활 습관의 문제, 예를 들어 흡연이나 음주, 운동, 식이와 관련된 잘못된 생활 습관과 소아암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며 "환경이 아니라면 유전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지만 그런 것과도 사실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개 알려진 유전되는 암들은 5~8% 정도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라면서 많은 세포들을 만들어내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아주 우연한 실수로 잘못된 세포가 만들어져 발생한다고 본다"며 "실수에 의해서 잘못된 세포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뿐만 아니라 소아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도 한결같이 소아암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매우 확률적인 문제이고, 운이 나쁜 것뿐이라고.
다행인 것은 소아암은 이제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교수는 "소아암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소아암은 성인암에 비해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소아암 5년 생존율도 약 83%에 이른다. 70~80%는 완치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은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성인들에 비해 잘 견뎌낸다.
한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체구는 작지만 체력이 좋고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성인병들도 없어 상당히 힘든 치료, 강한 치료도 잘 견뎌낸다"고 했다.
부모들이 갖는 죄책감은 또 있다.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소아암이 발견하기 워낙 어려워 부모가 더 세심하게 살핀다고 해서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조기 암을 집단 선별 검사로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다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와는 달리 2주 이상 아이가 힘이 없다면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창백하고 빈혈이 계속되는 경우 △피가 잘 멎지 않거나 온몸에 멍이 있는 경우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계속 자라는 종괴(혹)가 있을 경우(특히 체중 감소와 연관되어 있을 때) △지속적인 두통과 구토(새벽에 심함) 등에는 경각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특히 소아암 환자들이 느끼는 뼈의 통증은 백혈병, 신경모세포종, 골육종 등에서 흔히 보는 증상인데 아이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위를 못 만지게 한다면 신속히 진찰을 받아야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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