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용료 내라" 美캘리포니아 압박에 구글, 기사 링크 차단
- 24-04-22
주하원 통과 '저널리즘 보호법' 논란…구글 "기사링크 줄면 영세언론 위협"
정치권·언론계 반발 "광고수익 나눠야"…먼저 시행한 호주·캐나다서도 갈등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의회에서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에서 기사 링크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캘리보니아 의회에서 논의되는 저널리즘 보호법(Journalism Preservation Act)을 두고 구글이 정치권, 언론 업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2일부터 캘리포니아 내 일부 사용자들의 검색 화면에서 기사 링크를 지우기 시작했다. 당시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법안이 제품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단기적인 테스트"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문제 삼은 법안은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주 하원을 통과한 저널리즘 보호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플랫폼 기업들은 기사 링크로 벌어들인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공유해야 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법원의 중재로 결정되는데, 주 하원은 광고 수익의 최소 70% 이상을 구글이 언론사에 줄 것을 규정했다.
법안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상원 통과를 남겨둔 상태다.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해 온 구글은 저널리즘 보호법을 이른바 '링크세(link tax)'라고 부르며 법안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링크세는 사용자와 뉴스 웹사이트를 연결하는 행위에 언론사가 주 정부와 손을 잡고 일종의 세금을 매긴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구글은 링크세가 시행되면 검색창에서 기사 링크를 줄이거나 없애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영세 언론사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주의회 청문회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언론사 웹사이트에 사용자가 유입될 때마다 언론사는 5~7센트씩 수익을 남긴다며 구글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가판대'로 남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구글은 법안이 주 상원에서 가결되면 검색엔진은 물론 자사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도 모든 기사 링크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정치권과 언론업계는 구글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기사 차단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법안을 지지하는 마이크 맥과이어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WP에 "구글의 엄청난 위협"이라며 "명백한 권력남용이자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언론협회의 브리트니 바소티 법률 고문은 "구글의 행동으로 법안이 필요한 이유가 드러났다"며 "한 기업이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캘리포니아 언론업계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벌써부터 구글의 기사 자단 조치로 지역 신문 웹사이트 접속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언론업계는 구글이 광고 수익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지역 신문이 문을 닫고 수 만명의 언론인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2023년 4분기에만 655억달러(약 90조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이는 미국 언론 산업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자 뉴스 사용자들이 검색엔진을 통해 기사를 접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접속량(트래픽)이 늘어난 결과라고 WP는 진단했다.
반면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에선 100개 이상의 언론사가 사라진 것으로 법안을 발의한 퍼피 웍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집계했다. 웍스 의원은 저널리즘 보호법을 '공정성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 스쿨에 따르면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된 2005년 이후 미국 전역에선 2500여개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플랫폼 기업에 뉴스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건 캘리포니아가 처음은 아니다. 호주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제정했다. 이에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은 3년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더타임스, 호주 스카이뉴스 등 자사 언론사의 기사를 페이스북에 제공하는 대가로 사용료를 받는 계약을 구글과 체결하기도 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6월 호주와 유사한 '온라인 뉴스법안'을 제정했다. 구글은 캐나다 정부와 갈등을 벌인 끝에 연간 1억 캐나다달러(약 1005억원)를 현지 언론업계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선 기사 링크가 차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캐나다 언론사들의 웹사이트 사용자 유입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캘리포니아 내 일부 영세 언론사들은 저널리즘 보호법이 되려 자신들의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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