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하브, 美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추월했다
- 24-03-04
도요타, 2023년 4분기에 18만 대 판매…플러그인 모델 비중 늘어날 듯
조사기관 "충전시설·가격 문제 해결 안 되면 EV 판매량 늘리기 어려워"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EV) 판매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고가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HV)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사기관 JATO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만 하이브리드 차 약 18만 대를 판매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판매량 대비 49% 급증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17만 대)마저 추월했다. 혼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전년도 동기 대비 4배 더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의 미국 영업 책임자 잭 홀리스는 블룸버그에 하이브리드 모델 '시에나'의 대기 기간이 최소 8개월 이상이며, 더 많은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이 있다면 전체 판매량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데이터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모델 수가 오는 2026년까지 369개로 늘어나 2020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리드차가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전기차 한 대의 평균 가격은 6만500달러(약 8000만 원), 하이브리드차는 4만2500달러(약 5600만 원) 수준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를 세금 공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편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대출 이자까지 오르자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미국에는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 동절기에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 등도 소비자를 불안하게 한다.
미국 조사기관 아이씨카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의 비율은 7~8%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기관은 "충전 시설 및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의 고전에 기업들도 생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 GM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수정하고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애플도 지난 2월, 10년을 들여 진행해 온 전기차 개발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신차를 전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환경 단체들은 토요타가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도요타 아키오 전 회장은 구매자들이 아직 전기차를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예상한 바 있다.
토요타 북미 사업부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크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충전 인프라가 아직 수백만 대의 전기차를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아 판매량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이 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짚었다.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수석 차량 분석가, 데이브 쿡은 하이브리드가 수백만 명의 운전자가 휘발유를 덜 사용하도록 해주는 중요하고 저렴한 도구이지만 '전환 기술'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차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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