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의 개미들은 어떻게 월가의 공룡들을 이겼을까?
- 21-01-28
'로빈후드'로 불리는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가진 월가 기관투자자들에 맞서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이 벌어진 곳은 비디오게임 체인업체인 게임스톱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일보다 92.7% 오른 147.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18.84달러였던 주가는 2주 만에 1500% 급등했다.
미국 개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개설된 '월스트리트배츠' 토론방에 모인 개인 투자자 약 300만명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게임스톱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27일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6일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기업도 테슬라나 애플이 아닌 게임스톱이었다.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을 보면, 많은 사용자들이 계좌 스크린샷을 올리고 있다. CNBC는 불과 며칠 만에 1000%의 수식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게시물도 등장했다며, 이들은 다채로운 언어와 인터넷 밈으로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에 대규모 공매도(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를 해 온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수십조원을 운용하는 미국 투자회사 멜빈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게임스톱 여파로 수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트홀드 그룹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짐 폴슨은 "개인 투자자들이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조직적 공격에 나선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특히 공매도로 인해 취약해진 종목의 경우, 개인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레딧을 통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개미들은 특히 콜옵션(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 콜옵션 계약은 해당 종목의 주식이 하루 100% 상승할 때 훨씬 더 큰폭으로 급등한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투자전략가는 "로빈후드 같이 수수료가 없는 새 주식거래 앱의 등장으로 전문관리자 및 헤지펀드만의 영역이었던 옵션 거래에 밀레니얼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현상을 '시장의 민주화'라고 해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건 게임스톱만이 아니다. 미 영화관 체인인 AMC는 올해 들어 134.0% 올랐고, 같은 기간 침구목욕용품 체인점인 베드 배스&비욘드 107.6%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헤지펀드의 손실이 시장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 매수 열풍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사상 최고치인 시장에도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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