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기대 이하 클린스만 경질…선수들 편가르기는 삼가줬으면"
- 24-02-16
"경기 운영·선수 관리·근무 태도 모두 부족"
감독과 동반 사퇴 질문에는 우회적으로 거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정 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내는 경기 운영을 비롯해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질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전날(15일)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을 논의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뜻을 모았다. 정 회장도 이 건의를 받아들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끝난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 끝에 요르단에 유효 슈팅 1개도 때리지 못하는 굴욕을 겪으며 4강서 탈락했다. 특히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일부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렇다 할 전술 없이 '(흥민아)해줘 축구'란 비아냥을 들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지난해 2월 사령탑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그는 앞서 외유 논란, 재택근무, 아시안컵 기간 중 패배에도 계속 웃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도 팬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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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정 회장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과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 수장으로서 나와 KFA에 가해지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을 1년 만에 파기하면서 많은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대략 29억원 수준인데, 코칭스태프를 모두 포함했을 때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규 회장은 "위약금은 변호사와 상의해봐야 한다"면서도 "금전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개인적으로)재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정 회장이 직접 위약금을 부담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아직 차기 사령탑이 누가 될지는 미정이다. 한국은 당장 다음달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 예선 등을 풀어가기 위해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할 것"이라며 "아직 상의된 것이 없다. 조속하게 새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반 책임론과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완곡히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벤투 감독 때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62명부터 23명으로, 이후 5명의 후보를 추려 선임한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 회장의 입김'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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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동시에 내년 초 회장 4선 도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2018년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도록 바꾸려 했던 적이 있다"며 "그런데 당시 문체부에서 해당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 말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4선 도전을 시사한 발언이다.
정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설에 대해선 팬들에게 편 가르기를 지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50명 이상의 선수가 40일 이상 합숙하면서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언론도 팬들도 도와줘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치유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징계 가능성에 대해선 "소속팀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며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방안을 잘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내파, 해외파, 92라인, 96라인 등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일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한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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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실의에 빠진 손흥민을 다독이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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