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연구팀 "대기오염으로 꽃향기 사라지고 있다"
- 24-02-09
매연 내 질산염이 향기 화합물 파괴…나방 등 수분 매개자, 꽃 탐지 70%↓
농작물 75%, 꽃가루 매개 생물에 의존…"농업 지속성 위협"
대기오염으로 꽃향기 성분이 변질돼 밤 시간 곤충의 수분 매개 활동이 방해받는 과정이 규명됐다. 종자식물이 꽃가루를 통해 생식하는 과정인 수분이 방해받으면 농업 생산량 감소 및 생태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대(UW)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9일 발표했다.
화석 연료가 연소되면 질산염(NO3-) 이온이 생성된다. 자동차 매연 등에 포함된 질산염은 초미세먼지를 구성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달맞이꽃에서 향기 샘플을 추출해 향기를 이루는 수십가지 화학물질을 분석했다. 이를 각각 분리해 질산염과 반응시킨 결과 일부 물질은 거의 제거됐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모노테르펜도 질산염과 반응해 줄어들었다. 이 물질은 달맞이꽃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야행성 나방이 선호하는 향기다.
나방은 인간보다 후각이 수천 배 민감하며 일부 종은 수 킬로미터 바깥의 꽃을 탐지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진은 질산염 때문에 발생하는 향기 성분 감소가 나방의 활동을 방해하는지도 확인했다.
컴퓨터로 질산염 농도가 조절되는 실험환경에 두 종의 나방을 풀었다.
질산염이 없을 땐 두 종 모두 꽃을 잘 찾았다. 반면 도심 수준으로 질산염 농도를 높이자 나방 한 종은 꽃에 도달하는 수준이 반절로 줄었다. 나머지 한 종은 아예 꽃을 찾지 못했다.
자연환경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향기가 일정하게 발산되는 모조 꽃을 배치 후 질산염 처리 전후를 비교했다. 향이 질산염으로 처리되자 나방의 방문 빈도는 70% 감소했다.
이런 수분 방해작용은 야간에 심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연구진은 햇빛이 질산염을 분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런 대기오염이 농업활동과 수분 매개 생물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지구상 농작물의 75%가 부분적 형태로든 수분 매개 생물에 의존한다.
제프 리펠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24만종의 식물 중 4분의 3이 수분 매개 생물에 의존한다"며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오염은 중요한 냄새 신호를 수분매개자가 더 이상 인식하고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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