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황금률(黃金律)
- 24-01-29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황금률(黃金律)
여러 해 전 한국인 M씨가 사업차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가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며 서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면서 M씨에게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M씨는 타국에서 뜻밖에 들려오는 한국말에 호기심과 반가움을 느끼면서 그 사람을 향하여 돌아섰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M씨 곁으로 다가와서 M씨의 귀에다 대고 서투른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당신을 죽이고 싶다!”
그 말을 듣는 순간 M씨는 깜짝 놀라 그를 잠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그러자 그 사람이 한국인을 혐오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에 불법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어느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매달 월급을 받기는 했는데 전액을 받지 않고 퇴직할 때 받는 조건으로 일부만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그의 오른손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뜻을 모아 그 부상자의 치료를 위해 전력을 기우려야 할 터인데 공장주는 그 치료를 외면한 채 그를 불법체류자라고 고발했기 때문에 그는 치료비 한 푼 받지 못했고 밀린 임금도 포기한 채 다친 손을 붙들고 추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연이었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극히 어렵던 시절, 많은 지성인 실업자들이 광부로 일하기 위해 그리고 역시 지성인 여성들이 보조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독일로 갔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고등 교육을 받은 지성인들이 전공도 하지 않고 경력도 없는 광산 일이나 병원의 궂은 일을 한다는 것이, 그것도 내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오직 가난한 나라 국민이라는 처지 때문에 그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의 심정이 어떠하였겠습니까.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고국에 송금하여 가족을 부양하려는 일념으로 어려운 관문을 뚫고 그 낯선 땅에서 험하고 위험한 노동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서의 비감이 얼마나 사무쳤던지 당시 현지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곳 동포들과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를 우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다 옛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우리도 한때는 그런 눈물겨운 역사를 겪어온 국민입니다.
그때 독일에서 그 어려운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그곳에서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만족한 보수와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흰색을 좋아하고 흰옷을 즐겨 입던 백의민족답게 마음이 깨끗하고 순백하여 동방예의지국민이라는 애칭을 받을 만큼 예의 바르고 마음이 곱고 착한 민족이었습니다.
나그네를 맞을 때는 나는 비록 거친 음식을 먹더라도 손님에게는 쌀밥을 대접했고 나는 비록 차가운 자리에서 잘지 언정 나그네에게는 따뜻한 아랫목을 제공했고 그가 떠날 때는 먹을 것을 꾸려주고 노자도 보태주던 인정 많고 후덕한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아름답던 민족의 피는 어디로 다 새어버렸습니까!
그토록 착하디 착한 민족의 전통은 어디로 다 빠져 버렸습니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모두다 꿈 같은 옛이야기라고 칩시다. 그러나 세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가 짐승이 아닌 인간인 이상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만은 지키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 해도 남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면서 나의 유익을 구한다든가 남을 울려 놓고 내가 웃으려 한다든가 남에게 피맺힌 한을 남기면서 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동양의 교훈 중에는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고, 성경에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말씀을 황금률이라 부리고 있습니다.
힘이 들고 어려워도 이 황금률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개인이나 민족 위에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이 임하신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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