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폭격 맞았지만 "인생을 사랑해"…전쟁 100일 가자의 결혼식
- 24-01-15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부 아프난 지브릴(왼쪽)이 그의 아버지 모하메드 지브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
예복도 구하기 힘든 상황, 신랑신부 하객도 웃음 가득
피난 언제 끝날지 몰라 폐교서 예식…"삶은 계속 돼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부부가 결혼식을 열고 한 쌍으로서의 새출발을 기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프난 지브릴(17)과 무스타파 샴라크(26)는 전쟁이 한창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라파에 있는 폐교의 작은 방에서 진행된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의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부부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결혼식이 열린 가자지구 라파는 이집트와 붙어있는 팔레스타인의 접경 지역으로, 이들의 가족은 모두 전투를 피해 북쪽으로 이동한 피난민이다.
이날 신부 아프난은 꽃으로 만든 왕관과 붉은 자수가 새겨진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하객들이 하얀 인공 눈을 뿌리는 사이 신랑과 신부는 웃는 얼굴로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축하와 기쁨으로 가득해 보이는 결혼식이지만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부의 아버지 모하메드 지브릴은 "(전쟁으로) 결혼 준비가 불가능하고 전통 예식도 할 수가 없었다"며 "옷을 구할 수는 있지만 수량이 많지 않고 비싸다"고 설명했다.
신랑의 삼촌 아이만 샴라크는 "신혼부부가 살기로 했던 집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프난과 무스타파의 가족들은 전쟁이 계속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결혼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가족들과 축하 행사를 치른 부부는 피난촌으로 이동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수많은 하객에게 둘러싸여 검은색 차량에 올라탄 두 사람은 여느 결혼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신랑신부의 가족들은 전쟁 중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만은 "우리는 모두 같은 비극을 겪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하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우리는 살인이나 죽음, 파괴에도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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