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명문대 총격 사망 최소 14명…'국가 애도의날' 선포
- 23-12-22
프라하 카렐대 예술학부 건물서 총성…자살한 총격범, 범행전 아버지 살해
15일 부녀 살해한 용의자와 동일인물… 최악의 총격에 美·弗·EU 애도 표명
체코 수도 프라하의 한 명문 대학에서 21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가 14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에 체코 정부는 오는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총격범은 앞서 발생한 부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총격은 이날 오후 3시쯤 프라하 중심 카렐교 등 관광명소와 가까운 카렐대 예술학부 건물에서 벌어졌다.
마틴 본드라섹 체코 경찰청장은 총격범이 쏜 총에 맞아 지금까지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으며 이 중 10명은 중상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망 15명·부상 24명으로 집계됐으나 각각 1명씩 하향·상향 수정됐다.
총격 희생자들은 모두 건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중 일부가 총격범의 동료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최초 신고 접수 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교내에 남은 학생들을 인근 콘서트홀로 대피시켰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학생들이 손을 들고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모습과, 지붕 난간에 앉아 총격을 피해 몸을 황급히 숨기는 모습, 교실 문 뒤로 책상과 의자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보 하브라넥(43)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총성 두발을 처음 들었을 땐 인근 영화 세트장에서 울린 것으로 여겼지만 자동 소총을 든 경찰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카렐대 학생 200여 명은 하루 뒤로 예정된 종강을 앞두고 서둘러 수업을 마치고 교내 곳곳에서 추모의 촛불을 밝혔다.
체코 경찰은 총격범(24)이 카렐대 예술학부 소속 학생으로 확인됐으며, 시신은 학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름과 얼굴 등 총격범에 대한 자세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총격범 아버지도 이날 오전 프라하 서쪽 호스툰 마을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총격범이 범행에 앞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총기난사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 라쿠산 내무부 장관은 "이번 범죄가 국제 테러리즘과 관련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경찰은 소셜미디어 조사를 토대로 총격범이 "올 가을 러시아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총격범은 앞서 지난 15일 프라하 동부 외곽에서 숲속을 산책하던 젊은 남성과 유모차에 탄 생후 2개월 된 딸도 살해한 것으로 이날 경찰 조사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은 프라하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AFP에 따르면 체코에서 총기 범죄는 흔한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19년 12월 체코 북동부 오스트라바의 한 병원에서 발생했으며 총격범을 포함해 총 7명이 숨졌다. 총격범까지 모두 15명이 사망한 이번 총기 난사는 지난 1993년 체코 독립 이래 가장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이 됐다.
사상 최악의 총격에 체코 정부는 오는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이때까지 체코 전역의 관공서에는 조기가 게양되며 당일 정오에는 전국민이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체코에서 들려온 비보에 각국 정상들도 애도를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조의를 표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침통한 체코 시민들에게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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