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하면 표준이 된다? 부품·충전까지 장악해 얻으려는 것
- 23-12-13
사이버트럭 48V 아키텍처 경쟁업체에 공유…"선도적 위상 확보"
충전 인프라 표준화…"앱 사용 강제해 주행 데이터까지 확보"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단순 차량뿐 아니라 전기차 안팎을 둘러싼 시스템에서도 선두주자가 될까. 전장 부품 아키텍처부터 충전 인프라까지 테슬라가 전기차 전반 규격의 표준화 시도에 나섰다.
13일 전기차 관련 외신에 따르면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48V 기반의 전장 부품 아키텍처를 포드 등 경쟁업체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공유했다.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48V 아키텍처에 대한 문서를 받았다"며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에게 감사한다.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다수 자동차들은 12V 전압에 맞춘 전장 부품을 사용한다. 일부 마일드하이브리드(MHEV)에서 시동 모터를 작동하기 위해 48V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들 차종 역시 일반 전장 부품은 12V로 작동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신차 사이버트럭부터 48V 기반의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48V 아키텍처는 12V와 비교해 필요 전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각종 전력 손실이 감소된다. 이를 통해 배선을 단순화하고 전선 중량을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비용 절감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많은 전력이 요구되는 연산·음향 시스템 탑재도 용이해진다.
다만 12V 기반으로 부품을 생산하던 부품업체들 입장에선 테슬라만을 위해 48V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부담이다. 이호중 한자연 연구원은 테슬라의 48V 아키텍처 기술 공유에 대해 "업계 전체를 48V로 끌고 가서 선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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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급속충전기 '슈퍼 차저'. 2017.5.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테슬라는 충전 인프라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현대자동차·기아 북미 법인은 테슬라의 북미충전표준(NACS) 시스템 채택을 결정했다. 앞선 포드, GM, 리비안, 볼보, 벤츠, 닛산,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NACS 대열 합류에 뒤를 이은 것이다.
현재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은 미국·유럽·우리나라가 사용하는 CCS(콤보)와 일본의 차데모, 중국의 GB/T 그리고 테슬라의 독자규격 NACS가 있다. 그동안 글로벌 표준 위상에 가까웠던 것은 CCS였지만, 테슬라가 충전 동맹을 강화하면서 역전하는 모습이다.
현재 NACS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지만, CCS를 사용하는 유럽 시장까지 확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국내에서는 테슬라코리아가 자사의 급속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를 다른 브랜드 전기차에 개방했다. 대신 테슬라 앱을 통해 충전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충전을 위한 테슬라 앱 사용 역시 자율주행을 위한 빅데이터 선두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규제를 이유로 자율주행 레벨 2단계 수준에 스스로 머물러 있지만, 자율주행 기능 '오토 파일럿'은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와 빅데이터에만 의존하는데, 전기차 충전을 위해 테슬라 앱을 사용하면 충전량과 주행 데이터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무서운 것은 충전 시스템을 개방한 것보다 앱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앱에 GPS 등을 연동하면 충전 후 차량을 어떻게 어디서 주행했는지, 교통 상황은 어땠는지 등 주행 데이터를 테슬라가 가져간다. 자율주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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