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구름이 낙태한 빙하 쪼가리들
- 23-11-27
이매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구름이 낙태한 빙하 쪼가리들
찰칵, 찰칵. 휴대폰 카메라 입이 찢어지게 웃는 관광객들 사진 찍는다 사 년간의 코비드 감옥에서 임시 석방, 그들의 희열. 아이슬란드의 까만 모래사장 하얀 빙하 쪼가리들의 비비 꼰 몸뚱이들이 해안 전면에 널브러져 있다 구름들이 우르르 몰려와 가까이 내려다본다 안타까운 듯, 자신들의 낙태된 아기들의 시체 보는 듯이
자유의 여신상만큼 키가 큰 빙하에서 녹아 깨져 나온 빙하의 쪼가리들 눈부시다 어떤 건 공원의 벤치 모양, 어느 부부 거기 앉아 포즈 잡는다 여자의 손은 자동적 브이, 수용소 탈출의 환희, 또 하나는 삼 피트 정도 높이, 차차차 춤추는 무녀의 스커트 모양, 치마 단은 넓고 보글보글 그녀 그 “스커트” 뒤로 가 그것을 “입는”다 사랑의 눈으로 보는 남친의 미소 백 와트 전구로 환하다
이 자리, 남북극 빙하의 운동장 겸 사냥터였던 곳 여기서 월러스, 백곰, 펭귄들이 혼 빠지게 놀고,얼음을 뚫고 상어, 돌고래, 전자 뱀장어 홀짝홀짝 잡어 먹던 곳. 여기서 월러스 수컷들이 암컷들을 독차지하려고 경쟁자 수컷들과 치열한 투쟁 경쟁자의 사타구니를 파버리는 쇼를 했었지 사라진 사냥터, 물에 빠져 죽을 순간 수천 마리 바위 절벽 오른다 낑낑, 허덕허덕, 옆 놈 귀를 물어뜯는다
정상에는 먹이가 없다 다시 바다로, 고등어 밥이 기다리는 바다로, 꼬르륵거리는 배를 안 흙먼지가 눈알을 씌운, 장님 된 월러스들 수천 마리, 열 번도 더 돌돌 말려 뒹굴며 떨어진다 탕, 해안의 바위에 부딪쳐 피로 꽉 찬 가죽 주머니들 터진다 팡, 팡 구름들의 얼굴이 재색이 된다 찰깍 소리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튕겨 월러스의 커엉, 커엉 소리와 음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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