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갈등 표면화…교전중단·가자 재점령 두고 엇박자
- 23-11-08
美 "사흘간 교전중단 촉구"…이 "하마스 신뢰 못 해"
네타냐후 "가자지구 안보 전반 무기한 책임지겠다" 재점령 시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위한 인도주의적 교전 일시 중단과 전쟁 후 가자지구 재점령 방안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쟁이 한 달을 넘어가면서 그간 쌓인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일시적 교전 중단이 추가 인질 석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없는 교전 중단은 있을 수 없으며 가자지구의 안보 전반을 무기한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인 교전 중단을 제안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교전 중단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날 이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교전을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3일간의 교전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은 사흘간의 교전 중단 기간 하마스가 구금중인 10~15명의 인질을 석방하고, 모든 인질의 신원을 확인하고 억류 중인 사람들의 명단을 전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하마스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들이 인질에 관한 거래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는 3일간 교전을 중단하면, 현재 수행 중인 지상작전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교전 중단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2014년 하마스가 전쟁 중 인도주의적 휴전 기간 이스라엘 군인들을 공격하여 한 명을 납치하고 다른 여러 명을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도 이스라엘이 미국 측의 교전 중단 요구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과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인질을 석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의 추진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는 그러나 인질 협상에 즉각적인 진전이 없더라고 이스라엘이 이러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매체에 밝혔다.
이 관리는 하마스가 교전 중단을 이용해 병력을 재편성하는 등 기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억류 중인 240명의 인질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전 중단이 필요하며, 인질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백악관의 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화 통화를 갖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최근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민간인들에게 교전 지역에서 안전하게 이탈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움이 필요한 민간인들에게 지원을 보장하며, 잠재적인 인질 석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술적 교전 중지(tactical pauses)'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 미국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도적 차원의 교전 중단은 인질 문제를 포함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미국이 강력하게 표현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젯밤 네타냐후 총리도 그런 목적(인질 석방)을 달성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고 인정한 만큼 계속 얘기해 보겠다"며 "이(교전 중단)를 시행하기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재점령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옳은 일이 아니다. 반대하겠다"고 했다. 또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다"며 "특정 목적을 위해선 교전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6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고 하마스가 축출되면 "가자지구의 안보 전반을 무기한 책임지겠다"고 주장해 사실상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다시 점령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이 끝나고 우리가 하마스를 물리쳤을 때 하마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보안군이 주둔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가자지구를 통치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스스로 통치할 수 있고 재건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하마스 이후 비무장화된 가자지구의 재건을 위해 아랍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1일 보도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제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회의에서 다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텔아비브 방문 당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후임자에게 맡길 시나리오를 고려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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