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휴전-인질 전원 석방 맞교환?…물밑 협상 본격화 조짐
- 23-10-24
하마스 "가자지구 폭격 중단한다면 인질 풀어줄 수 있다"
美 "인질 석방돼야 대화 가능"…셈법 복잡해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개전 이후 4명의 인질을 석방했다.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인질과 휴전을 중심으로 한 협상 타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지난 20일 미국인 모녀 인질 2명을 석방한 데 이어 이날 이스라엘인 여성 2명을 풀어줬다. 이스라엘은 현재 하마스 측에 222명이 인질로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차례 인질 석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가는 카타르다. 마지드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첫 석방 이후 "모든 당사자들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 이후 현재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카타르는 하마스와도 20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과거에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서안지구의 파타당 사이 분쟁을 중재하려 했고, 2012년 당시 카타르 국왕이었던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는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를 방문한 최초의 국가 원수였다.
이처럼 두 번의 인질 석방과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간 협상이 긍정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하마스 공격 직후 미국 인질 전문가들은 협상 성공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며 "이번 석방은 그런 일(협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협상이 절망적이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양측은 카타르의 중재 하에 인질 석방과 휴전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는 인질 석방 방식과 휴전 기간,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약속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관련한 다른 요구 조건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로저 카스텐스 대통령 인질특사는 WP에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당신은 어떤 종류의 양보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빠지게 된다"며 "당신이라면 인질로 협박하는 집단을 위해 돈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 "가자지구 폭격 중단한다면 인질 풀어줄 수 있다"
우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중단한다면 인질 일부를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 전 수장 칼레드 메샤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중재국)들은 인질을 석방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우리는 인질을 그들의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질이 석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병사들이 인질을 적십자나 누구에게나 넘겨줄 수 있도록 무작위 폭격, 전면적인 파괴, 대량 학살이 중단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하마스가 네 명의 인질을 석방함으로써 대화 테이블에 앉을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중동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준즈는 중동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이번 석방을 이스라엘인들에게 협상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기 위한 선의의 행동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수감자 교환의 징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인질 협상을 중재한 적이 있는 거손 배스킨은 CBC에 "그들은 휴전의 대가로 모든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이 하마스 심리전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더 많은 석방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고,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 대중은 이스라엘 정부에 (협상에 나서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美 "인질 석방돼야 대화 가능"…셈법 복잡해진 이스라엘
공격 중단 이후 인질 석방이 가능하다는 하마스와는 달리 미국은 인질 석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인질들을 풀어주고 나서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순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브리핑을 통해 "가자지구 내에서 탈출을 원하는 미국 시민 수백 명을 위한 안전한 탈출구가 확보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대화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미국과는 달리 하마스의 군사력을 제거해 하마스가 앞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공격을 하기 위해 인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이 계산법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WP에 말했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 관리인 아비 멜라메드는 영국 가디언에 "이스라엘의 정책은 인질 문제와 지상침공을 분리하려 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인질이 없는 것처럼 전쟁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먼저 공격을 강행한 하마스와 인질 석방에 나설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 가자지구 내 인질 석방을 대가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억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하마스의 인기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 등도 이스라엘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인질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협상의 난항이다. 미 중동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카타르나 이집트처럼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믿을만한 대담자조차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직 미 육군 장교이자 백악관 대테러 담당관인 크리스토퍼 코스타도 뉴욕타임스(NYT)에 "첫 번째 우선순위는 정보 공유"라며 "인질이 어디에 잡혀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미국이 뒤로 빠져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마르크 선임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인질 위기 해결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서 미국은 이스라엘보다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며 "이것은 미국의 일이 아닌 이스라엘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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