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도 남으로도 못 간다…안전지대 사라진 '생지옥' 가자지구
- 23-10-18
IDF "민간인 사상 피하려 했지만 하마스가 민간인 속에 숨어 있어"
일회용 의료기구 재활용할 정도로 의료·필수 물자 턱없이 부족해
"가자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이스라엘군이 북부 가자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대피 명령을 내린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남부 라파 검문소 등에서도 공습이 발생하는 등 가자 주민들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부에서 탈출한 일부 주민들이 남부에서도 공습이 격화됨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쪽에 위치한 베이트하눈을 떠나 봇짐을 지고 가족과 피난길에 오른 모하마드 아유브(57)는 "안전하다는 이 지역에서도 폭격이 끊이지 않는다"며 안전 지대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아유브와 같이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향한 이재민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남부 칸 유니스와 라파 검문소까지 공격 대상이 되자 식량·물·의약품 등 필수 물자는 바닥나고 있다.
니르 디나르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대피 명령 후에도 왜 계속 공격을 가하느냐는 NYT의 질문에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지구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 있었다"고 둘러댔다. 그는 남부가 북부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칸 유니스 소재 나세르 병원의 총책임자 모하메드 자쿠트 박사는 "오늘은 그 전의 모든 나쁜 날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습으로 숨진 이들의 시신 42구를 인계받았다. 그중 26구는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망자 중에는 여성 10명과 어린이 15명이 포함됐다.
나세르 병원은 중환자실이 꽉 차버려 절단 수술을 받았거나 뇌수술이 필요한 다른 중환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회용 삽관 기구를 소독해 재활용할 정도로 의료물자도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남부 병원들이 "급격한 의료용품과 장비 부족, 식수 고갈과 위생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수도 공급마저 제한돼 가자지구 전역 35개 병원의 환자 3500명 이상은 즉각적 생명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날 알 알리 아랍(al-Ahli Arab) 병원 공습 사태로 500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가뜩이나 손이 달리는 의료 시설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병원 공습이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군은 이슬라믹 지하드가 로켓 발사에 실패한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언제 또 공습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거리 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NYT는 칸 유니스 지역 사람들은 거리 위에서 잠을 청하고 물탱크·빵집·상점 가판대 앞에 길게 늘어섰다고 묘사했다. 남은 빵과 토마토 덩어리를 놓고는 싸움이 벌어졌으며 어떤 이들은 흙과 모래로 오븐을 만들어 빵을 굽기도 했다.
유세프 함마쉬는 "(모두) 단지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난민협의회 변호인인 그 역시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난해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남부 가자지구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던 라미 아부 몰렉은 이웃의 죽음을 목격한 후 "만약 죽는다면 (가족과) 함께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과 가자지구 포위는 민간인 강제 이송에 해당해 국제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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