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아끼고 위하는 마음
- 23-10-09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아끼고 위하는 마음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 순방 첫 기착지인 영국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등에 손을 얹은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찰스 3세는 건물 밖으로 나가 차에서 내리는 바이든을 맞이했고, 두 사람이 근위대 악대가 연주하는 양국 국가를 감상하기 위해 단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바이든이 찰스 3세의 등에 손을 얹었던 것입니다.
전통과 격식을 존중하는 보수적인 영국인의 눈에는 바이든의 행동이 무례와 오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유 개방적이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진보적인 미국인들에게는 무례나 오만이 아니라 친근함과 다정함이 담긴 자연스런 태도로 보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나라와 민족에 따라 전해오는 전통과 문화의 차이 때문에 같은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생각과 판단을 내릴 수 있듯이, 우리 개인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이유와 원인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거나 불신하게 되고 심지어 본래의 선한 의도와 뜻이 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사회, 다양한 대인 관계 속에서 내 본심이 오해를 받거나 왜곡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서울 모 대학 교수의 체험담입니다.
오래 전 그 교수는 미 국무성 초청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1년간 연구 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긴 했지만. 옛날 일본 유학을 한 분이라 영어 발음이 능숙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낯선 미국 문화와 풍습을 어떻게 익히고 따르며 적응해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언어 소통은 물론 간단한 식탁 매너에서부터 사교 모임에서의 품위있는 격식 등 서투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문제로 얼마동안 신경을 쓰다가 마음에 한가지 작정을 하고는 안심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즉 그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미국인들처럼 완벽한 생활 습관이나 예절을 다 지키고 산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누구를 대하든지 마음으로부터 상대방을 아껴주고 위해주고자 하는 정다운 마음만 품고 대한다면 비록 언행에 부족함이 있고 예의상 결례되는 점이 있다고 해도 진심만은 서로 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그것은 완벽한 예의 격식 못지 않은 좋은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물을 다루는 데에는 기술이나 기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데에는 심리학이나 관상학이나 사교술 같은 어떤 학(學)이나 술(術)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직 상대방을 아껴주고 위해주려는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면 됩니다. 즉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불가피한 일로 본의 아니게 당신의 도움을 구하는 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유익이나 편의를 위해서 당신을 이용하거나 당신에게 피해나 고통을 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제가 어떤 면에서든지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기쁜 일을 맞을 때 함께 기뻐하고 당신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그 어려움에 함께 동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한 저는 앞으로 당신을 더 많이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해가 깊어지는 만큼 당신을 더욱 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를 대할 때 이런 마음가짐만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장황하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아도 나의 본심은 내 얼굴 표정이나 눈빛이나 온 몸에서 풍기는 태도를 통하여 저절로 상대방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이 병든 시대에 서로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는 마음은 가장 좋은 처방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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