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신혜숙] 달걀 의자
- 23-10-02
신혜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달걀 의자
접시 위에 달걀을 세우려면
한쪽 표면은 깨져야 합니다
낡은 의자처럼 속을 드러냅니다
앙상한 바지 속의 뼈
가끔 지탱하는 방법을 망각합니다
바람에 부산하게 끌려다니다
벤치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장맛비가 내려도 휘청거리지 않았던 다리
뒤집히는 꽃게처럼 앞뒤 방향을 자주 바꿉니다
역방향의 바람은
바람개비를 빠르게 돌린 적이 있습니다
누워 본 적 없는 창고 안의 의자
한쪽 다리에서 날벌레가 숨을 쉬고
햇빛을 끌어 알을 익힙니다
얇은 다리 위에 올려진 정물화
흔들리는 생각을 모래집에 넣어 둡니다
껍데기를 깨야 알 수 있는 반숙란처럼
뜨거움에 돌던 방향은 어디를 지향할까요
의자에 앉아
삶은 계란을 먹고 있는 당신의 손에서
바람개비가 돌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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