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회복이 필요합니다!
- 23-08-21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회복이 필요합니다!
영어에 ‘Restora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흔히 ‘회복’혹은 ‘복구’(復舊)라고 번역합니다. 일례로 수해복구(水害復舊)라고 할 때 이는 “비가 많이 와서 농경지와 가옥이 피해를 입었을 때 비가 오지 않았을 때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손상을 입어 상하게 됩니다. 이 같은 상태를 건강하게 되돌려 놓은 것을 우리는 또한 ‘회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마다 ‘회복실’이 있어 수술이 끝나고 나면 그곳에서 건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2023년 8월 3일 대낮에 분당의 한 백화점 앞에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대 초반의 청년이 자동차를 몰고 인도로 뛰어 들어 길 가던 사람을 들이받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칼을 들고 백화점으로 들어가 평화롭게 샤핑을 즐기던 시민을 칼로 찔러 14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사건을 정상적이지 않다고 밖에는 더 이상 코멘트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는 분노가 있고 원망이 있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는 장애나 질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교육이 있고 상식이 있고 종교가 있어 최선을 다해 그것을 다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였던 모세는 태어나자 말자 죽어야 할 아이였지만 그를 받은 산파가 바로 왕보다 하나님을 더 두려워하여 “아들이면 다 죽이라”는 왕의 명령도 거역하고 살려 줌으로 살아난 천운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부모가 더 이상 숨기며 키울 수 없어 광주리에 담아 강에 버렸으나 공주의 눈에 띄어 왕궁에서 40년 동안 문무를 익히며 성장하는 특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동족들이 애굽 사람들의 학대를 받는 것을 보고 격분하여 쳐 죽이고는 아무도 몰래 모래에 묻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불행하게도 같은 동족끼리 싸우는 것을 보고 달려가 “힘을 합해도 애굽 사람의 학대를 이겨낼 수 없는데 어찌하여 동족끼리 싸우느냐?”고 책망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가 너를 우리들의 재판관으로 세웠느냐? 애굽 사람을 쳐 죽이더니 이제는 우리들도 쳐 죽이려느냐?”며 대들었습니다. 모세는 자신의 살인이 탄로난 줄 알고 바로의 눈을 피해 광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리하여 광야에서 보낸 세월이 40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하나님께서 나타나시고 그를 부르셨습니다. 애굽에서 고통당하는 히브리민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모세는 완강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자신은 이미 살인자가 되었고 애굽으로 들어갔다가는 바로의 손에 잡혀 죽게 될 것이며 동족들은 ‘너를 누가 우리들의 지도자로 세웠느냐?’고 항변하고 달려들 것이니 절대로 갈 수 없다”고 말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세를 보게 됩니다. 40년 전에 저질렀던 살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정적인 모세의 모습을 말입니다. 이렇듯 인간은 스스로를 회복시킬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을 아픔과 고통과 절망 속에서 회복시킬 수 있는 분은 오직 우리들을 만드신 하나님밖에는 그 누구도 회복시킬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바로의 학정 하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보다 먼저 모세를 회복시키시고 능력의 지팡이를 쥐어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40년의 고통과 절망과 트라우마를 벗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되어 또 다른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도 예외 없이 고통과 절망과 죽음이라는 인생여정의 무덤 속에서 회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땅에서 우리들을 회복시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하나님이 필요하고 그 하나님을 인정하는 믿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독교는 결코 어느 특정인에게만 필요한 종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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