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성교] 황태
- 23-08-14
김성교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황태
태평양 바다 보다 더 큰 꿈을 가진 네가
공부 잘하고 효자로 동네 자랑이었던 네가
무엇보다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밥이 되어주던 네가
강원도 진부령
바람도 오르다 얼어버린 날 선 겨울 산에
차디찬 몸으로 널려 있느냐
똑똑했던 눈은 마치 죽은 듯 허공에 생각 없이 떠 있고
태평양 어디쯤에서 공안 그물에 걸렸을 테지
도대체 어디로 끌려가
오장육부를 다 발린 채로
나무토막처럼 널려 있느냐
강원도 진부령
무장한 군인 같은 추위에 잠시 겁나기는 했어도
긴 울음들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모진 고문을 견디면서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다
별 밭에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더러운 손 당당하게 내치고 있다
칼날처럼 섬뜩한 겨울 위에 버티며 서 있는 것은
봄이 반드시 오는 것을 믿어서이다
황금빛 봄을 걷을 것을 믿어서이다
눈부신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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