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 23-06-19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삼풍백화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상 5층 지하 4층의 이 백화점은 한때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백화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백화점이 무너지는 데는 단 20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995년 6월 29일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돈을 아끼려는 어리석은 마음이 만들어낸 부실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1,000여명이 무너진 빌딩 속에 깔렸었고 500여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딸 셋을 한꺼번에 잃은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광진 변호사였습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았고 먹어도 먹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슬픔에 젖어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보상금 7억여 원과 사비를 더해 13억원을 만들어 장학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딸과 같은 후손들을 키워내는데 일생을 보내다가 얼마 전 딸들이 기다리는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아버지는 과연 누구입니까? 자식 때문에 웃고 또 그 자식 때문에 우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입니다. 그 누구도 자식 때문에 웃고만 살지 못하고 또한 울지 만도 않습니다. 평생을 두고 울고 웃으며 걸어가는 거대한 거목, 바로 그것이 아버지입니다. 한 가지 불행한 일이 있다면 그러한 아버지를 이 땅의 자식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아시고 보상해 주십니다. 좋은 것으로든지 안 좋은 것으로든지 말입니다.
성경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 왕은 교만하고 잔인하여 하나님의 말씀도 거역하고 자신을 위해 충성하고 헌신한 다윗을 잡아 죽이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급기야는 다윗을 도와주고 다윗의 행방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제사장을 85인이나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그로 인해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 형벌로 블레셋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자신의 세 아들이 목전에서 죽는 모습을 보아야만 하였습니다. 자신도 또한 부상을 입고 자기의 칼에 엎드려 자결하는 비참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죄로 무고했던 아들들이 그렇게 비명횡사(非命橫死)하였던 것입니다.
그 같은 사울 왕이 폐하여지고 다음으로 이스라엘의 왕 위에 오른 사람이 바로 다윗이었습니다. 다윗은 전무후무한 위대한 신앙인이었고 그로 인해 하나님의 놀라운 복을 누리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와 같은 그에게 솔로몬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솔로몬도 아버지와 같이 일천 번제를 드릴 만큼 하나님을 사랑하였고 그것으로 놀라운 지혜와 부귀영화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리석게도 많은 처첩들을 거느리고 그들이 들여온 이방신을 섬기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비극을 맞게 되었는데 하나님은 그의 아버지 다윗의 공로로 솔로몬에게 직접 벌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다음 세대인 르호보암 때에 이 벌을 내리셨습니다. 솔로몬은 좋은 아버지 다윗 덕을 많이 본 샘입니다.
이렇듯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당대에 자신만 하나님의 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며 자손들까지도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버지가 인생을 잘못 살면 자신도 망하게 되고 자손들 또한 망하게 됨을 사울 왕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대는 말세라 좋은 부모가 되기도 어렵고 좋은 자녀가 되는 것은 더 더욱 어렵습니다. 삼풍백화점의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인생은 고통과 눈물 속에서도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는 그래서 더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평안하다고 해서 미래까지 평안할 수도 없고 지금 불행하다고 해서 먼 미래까지 불행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오늘이라는 소중한 날에 값지고 보람 있게 잘 살아가면 미래 또한 아름답게 보장 될 것입니다. 그렇게 먼 미래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근본이 바로 가정의 질서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좋은 삶의 모범을 보여주고 자녀들은 그와 같은 부모님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실한 삶을 훈련 받아야 합니다. 바로 인생의 미래는 이 같은 가정에서부터 준비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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