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리 불태우더니 이제는 익사시켜"…우크라 댐 붕괴 주민들의 눈물
- 23-06-10
[우크라戰 최전선에선] 강 사이에 두고 父子 운명 갈려
"그들(러시아군)은 우리를 불태우더니 이제는 익사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8개월이라는 시간을 러시아 점령하에서 보낸 헤르손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해방시키며 미소를 되찾았다. 아니, 되찾은 줄로만 알았다.
해방이 종전을 의미하지는 않았기에 헤르손 지역에서는 여전히 총격이 이어졌다. 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대치했고, 헤르손 지역 주민들의 미소는 댐 폭발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노바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마지막 미소까지 잃어버린 헤르손 지역 주민들의 오늘날 모습을 실었다.
우크라이나 남쪽 드니프로 강 유역에 있는 섬, 한강의 여의도격인 오스트리우(Ostriv)에 거주하는 타티아나 타키르(49)는 지난 6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타티아나는 "우리 동네가 곧 물에 잠길 것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며 "나는 우리 동네가 몇 시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타티아나는 전화를 받은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수위는 이미 15cm가량 상승한 상태였다. 그는 소지품을 챙겨 인근 마을로 대피했고, 이후 기르던 닭, 개, 이웃의 토끼를 구하기 위해 다시 오스트리우로 돌아왔다. 그때는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이날 댐 붕괴로 강 유역의 주민 최소 6000명이 대피했다. 현재까지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며, 물이 아직까지 빠지지 않은 만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층 건물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대피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노인이라 이동이 힘들거나 1년 이상 이어진 전쟁에 대피 의지마저 상실한 이들이다.
타티아나도 9층에 거주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음식과 고양이 모래를 전달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댐 붕괴로 가족과 소식마저 끊긴 이들도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드니프로 강을 사이에 두고 점령지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다. 노바 카호우카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군인 안드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 점령지에 사는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끔찍하다"고 전했다.
붕괴된 댐에서 약 60마일(약 95㎞) 떨어진 곳에 사는 나탈리아 카메네츠카는 러시아 점령지에 남은 이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NYT에 "전쟁 전에는 강이 음식과 오락을 담당하며 지역 사회를 하나로 모았지만, 이제는 친구와 가족을 나누는 최전선"이라며 "러시아가 통제하는 쪽에 발이 묶인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 절망적이다"고 호소했다.
상황을 악화시킨 건 러시아의 포격이다. 타티아나는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대피 버스가 도착했고, 많은 사람이 나타났다"며 "사람들이 버스에 소지품을 옮기려고 하자 러시아군은 전례 없는 강도로 박격포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다만 타티아나는 여전히 마을에 미소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힘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헤르손의 일부이며, 그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고 믿는다. 단결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전쟁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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