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론 머스크처럼…넥슨 김정주도 비트코인에 1000억원 베팅
- 21-04-28
넥슨 日법인, 비트코인 1130억원 어치 매수…"현금성 자산가치 유지 전략"
넥슨 일본법인이 1130억원 어치의 비트코인(1717개)을 매수하며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매수 주체가 넥슨 일본법인이지만 창업주 김정주 대표가 이끄는 한국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도 비트코인 투자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비트코인 투자가 국내 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 달러(1조7000억원) 규모를 비트코인에 투자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넥슨 일본법인, 비트코인 1717개 매수
28일 넥슨 일본법인은 1억달러(약 113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넥슨 일본법인은 1717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됐다. 회사의 평균 매수단가는 5만8226달러(약 6580만원)로 이번 투자는 넥슨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2% 미만에 해당된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자사의 비트코인 매수는 주주가치 제고 및 현금성 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며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수단 된 암호화폐…테슬라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추가
그동안 회사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추가해온 건 미국 기업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암호화폐가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수단'으로 변모하면서 기업의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규제기관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서 관리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명확히 제시하면서 전통 산업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해 8월 수익 다각화를 이유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회사는 비트코인 상승장을 타고 5개월 만에 1조4000여억원을 벌며 '돈방석'에 앉기도 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현금자산과 채권담보를 매각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회사가 매수한 비트코인은 7만470개, 평균 단가는 1만5964달러(약 1736만8832원)다.
마이클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소이자 장기적으로 현금보다 가치가 상승할 잠재력이 있는 투자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금보다 1000배 낫다"고 역설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지난 2월 15억달러(약 1조681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테슬라 측은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며 "향후 회사 자본의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자사 제품(자동차) 구매 시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추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사들인 비트코인으로 1억100만달러(약 1124억534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미국 CNBC는 "테슬라가 지난 1분기에 2억7200만달러(약 3028억448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도해 1억100만달러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보도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 © News1 |
◇암호화폐 향한 김정주의 관심…1000억원 베팅 이끌었나
넥슨의 이번 투자는 일본 법인을 통해 이뤄졌지만,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주주가 NXC(넥슨 지주사, 일본법인 지분 28.55% 보유)라는 점에서 사실상 김정주 NXC 대표(넥슨 창업자)의 결단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암호화폐 산업을 향한 김 대표의 관심은 업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 2017년 NXC를 통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당시 NXC는 912억5000만원을 들여 코빗 지분 65.19%를 사들였다.
이어 NXC는 2018년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품고, 같은 해 자회사 NXC LLC를 통해 미국 암호화폐 거래 대행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이 밖에도 NXC는 지난해 3월 금융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했다. 아퀴스는 주식과 대체자산(암호화폐 등) 거래를 돕는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머니와 암호화폐 공통점 많아…관심은 당연한 수순"
업계에서는 게임머니와 암호화폐가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암호화폐를 향한 관심은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게임머니와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자산인데다 울타리(플랫폼) 내부에서 거래가 자유롭다. 이를 이유로 게임은 암호화폐를 가장 자유롭고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야다. 게임 이용자 역시 오랜 기간 게임머니를 다루면서 암호화폐 이용에 익숙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를 통해 "미국에서 쓰던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꾸듯 '메이플스토리2'에서 쓰던 게임머니를 '던전앤파이터' 게임머니로 바꾸고, 다시 '바람의나라'의 게임머니로 바꿀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넥슨의 실험은 무산됐으나,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면 김 대표의 꿈은 현실화될 수 있다. A 게임 아이템을 암호화폐로 만든 후, B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한 게임은 사행성을 이유로 유통이 막혀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게임사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에 뛰어드는 이유는 암호화폐는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산업이라는 점, 그로 인해 국내 규제도 머지 않아 풀릴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규제로 인해 게임 아이템과 암호화폐 연동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세를 봤을 때 이번 넥슨 일본법인의 이번 투자는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빗썸 인수전을 두고 넥슨, 위메이드 등 여러 게임사가 언급되고 있고 게임빌이 코인원에 투자를 단행한 점만 봐도 국내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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