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전병두 목사] 창을 닦는 사람
- 23-05-10
전병두 목사(오리건 유진 한인장로교회 담임)
창을 닦는 사람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마주하고 앉은 유리창 앞에 60대 가까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기다란 창 닦이 걸레가 쥐어져 있었고 바케스 안에는 맑은 비눗물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통 유리창을 비눗물로 닦았습니다. 막대기를 바꾸어 위에서 아래로 조심스럽게 닦아 내렸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유리에 묻어 있던 먼지가 사라지고 수정 같이 맑아졌습니다. 그 막대기에는 고무로 입혀진 날이 달려 있었습니다.
“굿 모닝? 하이, 하우 아류?” 창을 닦는 사람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습니다.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것처럼 우리는 금방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는 브라이스(Brice)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안 주머니에서 꺼내 준 명함에는 '윈도우 맨 브라이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창을 닦는 일을 42년 동안 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이 일을 해 왔다는 사실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록 호기심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그가 처음 창을 닦는 일을 배운 때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얼마 못되어 사장이 멀리 이사를 떠나는 바람에 자기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창들을 깨끗하게 닦을 때 마다 그렇게 마음이 상쾌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창너머로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는 것도 보람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을 안 후 그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유리창 닦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서 배운 심리학의 이론을 무수한 사람 들과의 만남 속에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만난다는 것은 그에게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창문을 사이에 두고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수입도 짭짤했습니다.
창문 닦는 일을 한 이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즐거웠고 보람되었습니다. 그의 밝은 표정에서 확인시켜 주는 듯 했습니다.
거리의 온갖 먼지와 티끌로 흐려진 유리 창을 맑은 시냇 물 처럼 닦고 나면 마치 혼탁해 진 마음을 맑은 물로 씻은 것 처럼 기분이 좋다고도 했습니다.
얼굴에 땀 방울이 맺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잠시 저를 쳐다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전공한 심리학 이론으로 이미 앞에 앉은 대화 상대자의 마음을 간파했는 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스가 떠난 후 밝은 햇살이 창을 통해 더 빛나고 있었습니다. 유리창 밖을 지나가던 행인의 밝은 웃음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오레곤한인회 주최 '2024 서북미 오픈골프대회'열린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2일 합동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2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2일 토요산행
- 시애틀레인FC 지소연선수 시애틀한인회관서 팬사인회한다
- 손준호ㆍ김소현 초청 한우리정원 후원음악회 열린다
- 시애틀지역 한인 차세대 리더들 AAPI LEAD 출범식 참석
- KWA대한부인회, 여름방학 청소년 아카데미 개설한다
- 시애틀한인회 22일 유급병가세미나 참석자에게 농구표준다
- 짓궂은 날씨속 제 74주년 6ㆍ25기념식 치러졌다(+영상,화보)
- 페더럴웨이 한인회 “어르신 여러분, 100세까지 건강하시길”
- 레드몬드 한식당‘본 설렁탕’슬러시 냉면, 삼계탕 개시
- 린우드 베다니교회 ‘여름성경학교’운영
- [시애틀 수필-염미숙] 메모리얼 벤치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양심과 구원(1)
- 서은지총영사, 코리아나이트 시구 외교부 유튜브채널로 제작돼(+영상)
- 시애틀한인회,유급병가 세미나 개최한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15일 합동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5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5일 토요산행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시애틀 뉴스
- 시애틀 다운타운 힐튼호텔 일본기업에 ‘헐값’에 팔렸다
- 벨뷰 갑부 트럼프 선거자금으로 100만달러 기부
- 시애틀서 다음달부터 ‘타이타닉 전시회’ 열린다
- 아마존 "비닐 포장재 95% 없애고 재활용 종이로 대체"
- 원숭이때문에 UW 영장류연구소장 결국 해임(영상)
- 시애틀지역 경찰관, 마약범 잡으려다 차에 깔려 중상
- '성희롱'의혹받았던 시애틀 전 경찰국장 "난 동성애자다"최초 고백
- 코스트코 주가, 조용히 올라 신고가 찍었다
- "보잉, 당국 눈피하려 '부적합' 737맥스 부품 숨겼다"
- "왜 이리 비싸" 커피 던진 남성…시애틀여사장, 망치 꺼내 차유리 '쾅'[영상]
- 시애틀 이번 주 80도 돌파하며 더위온다
- 미국 시민권자 불체 배우자도 합법체류 허용한다
- 안전사고 수차례 낸 보잉, 미 의회서 CEO가 사과한다
뉴스포커스
- "억대 빚더미, 결혼도 포기" 100억 전세 사기에 청년들 피눈물
- 한동훈, 당대표 출마 "당정 재정립…해병대원 특검법 발의"
- "의대 교수도 근로자 인정해달라"…전의교협, 헌법소원 추진
- '가계 통신비 인하' 용두사미…총선 맞춤용이었나
- HUG, 악성임대인 127명 신상 '공개'…"미반환 보증금, 평균 19억원"
- "전공의 이탈로 서울 시립병원 900억 손실"…서울시, 456억 지원
- '인구비상사태' 대응…국내 제약사, '출산·육아 복지'에 앞장
- '반도체의 봄' 2분기가 더 뜨겁다…삼성·SK '영업익 5조' 보여
- 600개 코인 '거래유지 심사' 규제가 온다…'김치코인 줄상폐' 어쩌나
- 알리, 쿠팡 랭킹·네이버 평점 이미지도 차용…"혼란 우려"
- "김치 먹으러 호텔 간다"…리테일에 힘주는 호텔업계
- 황정음 '명예훼손' 혐의 피소…"무고한 여성 상간녀로 지목"
- "물에 발 담그고 책 읽으니 더위 참을 만하네요"…불금 청계천 이색 풍경
- 조국 "무통주사 전액 산모 부담…尹, 천공 교시에 따른 것"
- '녹취록 맞불' 거세지는 연돈볼카츠 논란…법정 공방으로 치닫나
- 올특위 '협의 참여 의사'에…정부 "2025년 정원 협의 대상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