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마지막 준비 이후
- 23-04-24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마지막 준비 이후
우리들은 한 평생 사는 동안 여러가지 준비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초ㆍ중ㆍ고 그리고 대학에로의 진학을 준비하고 따라서 졸업을 준비합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이 되면 결혼을 준비합니다. 그 다음에는 노후를 준비하다가 마지막으로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준비와 연관이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L목사님이 시무하고 있는 교회 집사님은 중환으로 소생할 가망이 없을 때 목사님이 문병간 자리에서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왜 나를 버리십니까. 내가 그렇게 하나님께 간구했는데 왜 나를 버리십니까?”
그는 마치 하나님이 자기를 외면하시고, 또 자신의 믿음이 적어 실패자가 되어 죽어가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L목사님이 그 집사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사님, 하나님은 집사님을 버리신 것이 아니라 집사님을 지금 부르고 계십니다. 하늘나라 주시려고 그 영원한 나라로 집사님을 부르십니다. 집사님! 왜 지금까지 하나님을 믿었습니까. 그 나라 가시려고, 이 순간을 맞기 위해 믿지 않았습니까. 그 하늘나라 주시려고 주님께서 희생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하나님이 그 영원한 나라로 부르십니다. 승리하는 기쁨으로 가십시오. 평안한 마음으로 가십시오.”
그 말을 끝내는 순간 그 집사님의 눈과 얼굴에 떠올랐던 평안의 모습을 잊을 수 없노라고 L목사님은 말했습니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회당장 야이로가 죽게 된 자기의 딸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을 초청합니다. 딸의 죽음이 임박한 처지에서 그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황급하고 초조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가시는 도중에 혈루증 여인을 고쳐주시는 등 여유롭고 태연자약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태도는 마치 ‘급할 것 없다’, ‘안절부절하지 말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계실때 많은 환자들을 고쳐주시고 죽은 자까지 살리셨지만 그런 일이 예수님의 주된 사역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잠정적인 위안을 주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예수님이 보실 때, 죽는 것, 숨 넘어 가는 것이 큰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그 태연하심은 영적인 논리로 볼때 가능한 것이고 죽음을 초월한 영생의 내세관에서만 가능한 태도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을 현실에서만이 아니라 미래의 영적 세계로까지 확장시켜 깨닫도록 하십니다. 예수님이 야이로의 딸에 대하여 태연하셨다면 우리는 태연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신앙의 세계는 바로 그러한 세계입니다.
C선교사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고국 나들이 한번 못한 채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7년 만에 안식년을 맞아 귀국하여 40대인 그가 80대인 아버지를 오랜만에 반갑게 만낫습니다.
그가 휴가를 마치고 다시 선교지로 향하던 날, 비행장에는 거동이 불편한 그의 부친도 나와 있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C선교사는 늙으신 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리면서 아버지의 두 손을 꼬옥 붙잡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제 헤어지면 제가 언제 다시 안식년을 맞아 오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시 올때 아버님이 생존해 계시면 여기에서 다시 뵙구요, 그때 안계시면 하늘나라에서 뵙겠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잘 가거라!”
그 무엇이 그들 부자(父子)로 하여금 이런 대화를 가능케 했을까요. 소망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준비를 마무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영원한 하늘나라의 소망입니다. 하나님께서 ‘죽음’이라고 하는 고마운 관문을 통과시켜 주실 때에만 들어갈 수 있는 영원한 천국의 소망이 그들 부자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 그런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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