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바이러스가 사라졌다…소아마비 퇴치 이끈 폴리오 백신
- 23-04-16
'사백신'과 '생백신' 연구개발 성과로 예방약 등장
WHO 2000년 10월 한국 포함 서태평양 지역 종식 선언
영유아 필수 접종백신 중 하나인 소아마비 백신은 '폴리오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역사 속에 봉인한 기록적인 예방약이다. 한국도 이 백신의 공급으로 지난 1984년 이후 폴리오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00년 10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을 토착화된 폴리오바이러스 감염이 없는 '엔데믹' 지역으로 발표한 상태다. 단, 예방을 위해 현재도 소아마비 백신은 BCG,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과 같이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해당한다.
일명 소아마비 백신, 폴리오 백신의 시작은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은 척수성 소아마비 증상을 보였고, 대부분 사망에 이르거나 생존해도 손발 마비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1952년 미국에서 기록한 폴리오바이러스 감염 척수성 소아마비 환자만 5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314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2만1269명이 마비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에 세계 각 정부는 소아마비 퇴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의 경우 국립 소아마비 재단을 통해 연구를 지원했고, 당시 의사 출신의 감염학자 조너스 소크(Jonas Salk) 박사가 이 백신 개발을 맡았다.
소크 박사와 연구진들은 이 연구의 첫 걸음으로 1951년 폴리오바이러스의 균주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3종류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하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길을 먼저 확보한 셈이다.
연구팀은 곧바로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착수한다. 특히 그는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사(死) 백신' 방식의 주사제를 최종 제품 방식으로 선택해 백신 상용화에 속도를 더했다.
그는 이 사백신 방식이 생백신의 독성을 제거하는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고 균일한 백신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는 제너의 '천연두 백신', 파스퇴르 '광견병 백신'으로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무효화하는 '생(生) 백신' 방식이 대세였던 때다.
세계 많은 의학자들은 사백신과 생백신 방식 중 생백신을 선택해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도전했다. 단, 이 과정에서 폴리오바이러스의 2형의 독성 안정화에서 장애를 만나 개발에 시일이 소요됐다.
이 사이 소크 박사팀은 폴리오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포름알데히드를 뿌려 죽은 바이러스를 확보했다. 이 죽은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가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발동해 실제 폴리오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는 원리다.
소크 박사는 1952년 원숭이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1953년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첫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어 180만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55년 4월 첫 소아마비 백신을 선보이는데 성공한다. 더욱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별도의 특허없이 무료로 제공해 백신의 대량 생산과 공급에 기여했다.
단, 이 사백신의 경우 유형에 따라 3번 접종이 필요한데다 주사 방식에서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1960년에 들어 생백신 방식의 먹는 소아마비 예방약이 등장하면서 폴리오 바이러스 퇴치에 속도가 붙는다.
이 경구용 폴리오백신(OPV)는 액체 방울을 복용해 장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폴리오바이러스 감염자의 분변을 통해 전파가 일어나는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소크의 소아마비 백신 주사제 IPV와 경구용 폴리오 백신이 모두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폴리오바이러스는 설 자리를 잃어갔다. WHO는1994년 아메리카 대륙의 폴리오 바이러스 유행 종식을 선언했다.
한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은 IPV와 OPV를 모두를 사용하는 혼합 접종 방식을 채택했으나, 폴리오바이러스 엔데믹 상황에 따라 현재는 생산이 쉽고 간편한 사백신 주사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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