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지사, 1차 대전 참전·외신 인터뷰 기록 발굴
- 23-04-03
美·프랑스서 '미공개' 자료 11점 찾아… 독립 정당성 알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황기환 지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구호활동을 하고 해외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알린 사실들이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황 지사의 미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 자료를 비롯해 미·프랑스 언론에 실린 독립운동 관련 자료 11점을 발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 자료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보훈처가 이번에 발굴한 황 지사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1886년 4월4일 평안남도 순천 출생의 황 지사는 19세가 되던 1904년 증기선 '게일릭'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입항했으며, 1차 대전이 일어나자 1918년 5월18일 미군에 자원입대했다. 황 지사의 출생일과 호놀룰루 입항 연도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훈처는 "한인 첫 이민자들의 하와이 도착 시기가 1903년임을 감안하면 황 지사의 하와이 이주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차 대전 시기 프랑스 전선에 배치된 황 지사는 중상을 입은 병사들을 구호하는 활동을 했고, 1918년 11월 종전 이후에도 유럽에 거주했다.
1919년 6월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황 지사는 베르사유에서 열린 평화회의 참석차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파견된 김규식 선생을 도와 대표단 사무를 협조했으며,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독립 선전활동을 폈다.
황 지사는 이후 1921년 미 워싱턴회의 개최 소식을 접한 뒤엔 전 세계에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알리고자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황 지사는 1919년 8월23일자 프랑스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 같은 달 25일자 미 '뉴욕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던 일본의 발표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황 지사는 뉴욕 헤럴드 인터뷰에서 "(일본의 발표는) 세계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고, 그 계획은 분명 실패할 것이며 한국인들은 절대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일본의 일부로 고집하는 한 극동에서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 지사는 "우리가 싸우는 건 일본과 동등한 권리를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완전한 독립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황 지사의 이 같은 인터뷰 기사는 '라 파트리' '라 리브르 파롤' '봉수아르' 등 프랑스 언론에 재인용되기도 했다.
황 지사는 또 1921년 일본 왕세자의 프랑스 방문 때 '조선인이 암살을 계획한다'는 소문으로 조선인들이 감시를 받자, 그 해 6월30일자 미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조선의 국가적 신용도를 떨어뜨리려는 일본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보훈처는 "이번에 발굴된 미·프랑스 언론 기사는 황 지사의 독립운동을 뒷받침하는 첫 해외 언론 기사"라고 설명했다.
황 지사는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서 조국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이어오다 1923년 4월17일 미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했다.
프랑스 '레 카이에 데 드루아 드 롬'은 그해 10월10일자에 게재한 황 지사 부고 기사에서 "극동의 믿음대로 그의 정신이 계속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애정 어린 존경과 조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다른 프랑스 언론은 황 지사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작은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정력을 쏟아 인간의 자유와 국제적 정의란 대의에 영웅처럼 봉사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자료 발굴에 앞서 그간 우리나라가 확보한 황 지사 관련 자료는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과 '한국독립운동사자료-임정편' '프랑스 소재 한국독립운동자료집' 등 임시정부 외교활동 자료에 수록된 단편적인 문서가 전부였다.
보훈처는 "이번에 발굴된 자료를 통해 황 지사의 행적과 독립운동 활동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황 지사에 대한 연구가 보다 폭넓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훈처는 뉴욕 올리벳 묘지에 안장돼 있는 황 지사 유해를 이달 중 국내로 봉환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황 지사와 이희경·나용균 선생 등 임시정부 외교관 3명을 '2023년 4월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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