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돌아왔다"…가정폭력 남편에게 다시 끌려가는 아프간 여성들
- 23-03-30
"이혼 100건 성공했지만 5명이 다시 끌려갈 위기"
이혼하더라도 남성 보호자 없어 사회생활에 제약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지 1년 반째. 가정폭력에서 겨우 벗어난 여성들이 탈레반 정권의 '이혼 취소' 조처로 다시 전남편에게 돌아가지는 않을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수년간 학대를 당하다 이혼한 아프간 여성 마르와(40·가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마르와는 몇 달간 집에 갇힌 채 남편으로부터 계속되는 구타를 견뎌냈다. 그는 "내가 의식을 잃은 날이면 딸들이 나에게 밥을 먹였다"며 "남편이 내 머리카락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부분 탈모가 왔고, 내 이가 모두 부러졌다"고 말했다.
마르와는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 이혼한 뒤 여덟 자녀를 데리고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
두려움이 마르와를 덮친 건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지 몇 달 만에 몇몇 여성들의 이혼이 무효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마르와의 남편은 현지 지휘관에게 "자신이 강제로 이혼당했다"고 주장했고, 지휘관은 마르와가 다시 결혼생활로 돌아가도록 명령했다.
마르와는 "나는 속으로 '오 하느님, 악마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고 그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아프간 현지 변호사들은 AFP에 "여성들의 이혼이 취소됐다는 현지 지휘관들의 말을 듣고, 여성들은 다시 전남편에게 끌려갔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당국은 이러한 이혼 취소 조처가 공식적인 정부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AFP조사에 따르면 마르와와 같은 사례는 아프간 곳곳에서 발견됐다.
아프간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을 떠난 변호사 나지파는 "이슬람은 교리상 이혼을 허용한다"며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해 지금까지 약 100건의 이혼 소송을 처리했는데, 이 중 5명이 마르와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아프간의 변호사도 "최근 한 여성이 전남편과의 강제 재결합에 맞서 법정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 정부하에서 남편이 마약 중독자이거나 반(反) 탈레반일 경우 이혼이 허용된다"며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프간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상태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대표부는 2021년 11월 성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3명 중 1명은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면서 "아프간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 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여성 10명 중 9명은 일생 적어도 한 가지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이혼한 여성들은 '마흐람(남성 보호자)'이 없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거나 재혼 시 간음죄로 고소당할 우려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이혼한 아프간 여성들이 갈 곳이 없다며 탈레반 정권에서 이들의 공포는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탈레반 재집권 이전에 이혼한 타히라는 "탈레반은 우리가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흐람이 없기 때문에 집을 떠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아프간 여성들이 75㎞ 이상 장거리 여행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마흐람이 필요하다. 마흐람은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등 가족 중 남성이 맡는데, 여성의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아프간에서 이혼한 여성이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타히라는 자신은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며 "그들은 나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도 않고, 내가 만든 음식을 만지지도 않았다"며 "가족은 내게 '너는 이혼한 여자이고, 네가 요리하는 것은 불결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아프간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가족 모두가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혼을 한 뒤 형제들에게 연락해 가족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묻자, 쥐약을 먹고 자살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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