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좋은 시-고경호] 고래네 엄마 이야기
- 23-03-20
고경호 시인(서북미문인협회 전 회장)
고래네 엄마 이야기
고래네 엄마는
산통에 죽은 새끼 고래를 머리에 이고 다녔지
그냥 걸어 다닌 게 아니라 헤엄쳐서
보름이 훌쩍 넘는 여러 날을
오천리 길이나/ 고래네 엄마는/ 미안해서가 아니라
죽은 새끼 고래와 한 몸이 되려고 이고 다녔지
한 몸이 되면
새끼 고래가 살아 헤엄칠 수 있을 거라 믿었지
고래네 엄마는
먹지도 않고 지쳐 숨이 넘어갈 때까지
이고 다니려 했는데
그만 머리 위에서 새끼가 사라졌어!
여름 햇살보다 뜨거운 엄마의 사랑에
새끼 고래는 빙하 녹듯 흘러내려 바닷물이 되었지
뉴스에서는 머리부터 녹기 시작했다는데
아마 엄마의 사랑으로 채워진 가슴속부터가 맞을 거야!
고래네 엄마는
바닷물이 된 새끼고래를 다시 머리에 이어보려
밤낮으로 머리를 바닷물에 담갔다 꺼냈다 하지
그러다 보고 싶은지 소리 내어 새끼를 부르기도 해
숨차게 물질하던
엄마의 사랑이 그리우면
퓨젯 사운드에 귀 기울여 봐.
<해설>
시 작품의 가치는 감동력에 있다. 감동력은 작품속에 담지된 내용이 진정성이 깊을 때 발현된다. 이 작품 속에서도 시인은 고래 어미의 새끼에의 진정한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시인은 고래 어미의 새끼에의 헌신적 사랑을 인간 어머니들의 희생적 모성애로 치환하여 그 사랑의 정신을 교화 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백미인 마지막 연의 “숨차게 물질하던/엄마의 사랑이 그리우면/ 퓨젯 사운드에 귀 기울여 봐“같은 서술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진정한 사랑을 환기시켜 힘든 이민의 삶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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