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 드론, 러 전투기와 충돌 후 추락"…냉전 이후 처음
- 23-03-15
<흑해 상공에서 추락한 미국의 MQ-9 무인기와 같은 기종>
러시아 "충돌 없었다…크림반도 접근하기에 전투기 출격"
미국 "푸틴, 우리의 결의 시험…러시아의 강압적 패턴"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이 14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추락한 것을 두고 러시아 측과 충돌이 있었는지에 대한 양국 주장이 엇갈리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미군 비행기가 러시아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건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패트릭 미국 유럽사령부는 성명에서 미국 무인 정찰기 MQ-9 리퍼 드론과 러시아 Su-27 전투기 2대가 흑해 공해상을 비행하던 중에 러 전투기 한 대가 의도적으로 무인기 앞쪽에서 비행하면서 여러 차례 무인기에 연료를 쏟아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투기는 무인기의 프로펠러를 들이받았고, 이로 인해 미국 무인기가 공해상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부유럽시간(CET) 오전 7시3분 이후 충돌 전까지 러시아 전투기는 해당 무인기 근처에서 30~40분간 비행했으며, 충돌 전 항공기 사이에 어떤 통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해당 무인기가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 전투기가 차단(intercept)하려다가 들이받았다는 입장이다. 유럽·아프리카공군 사령관 제임스 헤커 장군은 "러시아의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행동으로 두 항공기 모두 추락할 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뻔뻔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고, 미 국무부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역시 러시아에서 이와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무인기가 '특별군사작전'(전쟁)으로 인한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켰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무인 항공기와 접촉하지도 않은 채 안전히 기지로 돌아갔다"며 "MQ-9 드론은 고도를 상실한 채 통제 불능 상태로 하강하던 중 수면과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의 드론 비행을 러시아에 대한 도발로 규정했다. 그는 국무부로 불려 들어간 뒤 카렌 돈프리드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차관보와 만나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드론을 공격하거나 무기를 발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토노프 대사는 이번에 드론이 추락한 곳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인근에 있는 흑해 상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CNN에 "우리는 특별군사작전이 진행되는 이 공간에 대해 알려왔고, 여기에 진입하지도, 침투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며 "러시아 무인기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근접할 경우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지적했다.
MQ-9 리퍼 드론의 성능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 측의 반응을 단순한 '과민 반응'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미 공군에 따르면 리퍼 드론은 최대 5만 피트(15.24㎞) 상공을 날 수 있으며, 광범위 탐지가 가능한 센서가 부착돼 있고,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도 장착할 수 있다.
또 MQ-9 드론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감시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하며 활약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해당 무인기 지원에 관심을 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무인기에 탑재된 기술이 러시아 손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 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CNN은 MQ-9 리퍼 드론에 대해 "장기간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정찰을 수행할 수 있어 전장과 흑해에서의 움직임을 추적하기에 이상적인 장치"라고 평가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며 정보를 수집해왔지만, 잠재적으로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호작용(충돌)이 있던 건 이번이라고 전했다.
미국 항공기가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한 뒤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양국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인 만큼 이번 사건의 여파도 주목된다. 이미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러시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며 "우리가 실패할 수 없는 시험"이라고 적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위원도 "이 사건은 푸틴을 진정한 위협으로 취급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전쟁을 비롯해 국제 정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 측의 전략이 반영된 격추라는 평가가 나온다.
랜드연구소의 사무엘 차랍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을 "무력 사용에는 못 미치지만,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군사행동이자, 러시아의 강압적 신호 패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돌이 고의적이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군사적으로 민감한 영역인 부분에서 러시아가 원하던 결과인 무인기를 사라지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필립 브리드러브 전 나토 최고사령관도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은 전혀 새롭지 않다"며 "충돌이 고의적이라면, 러시아가 미국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내러티브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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