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화이자·모더나뿐'…혈전 논란에 '백신 쟁탈전' 심화
- 21-04-15
AZ·얀센 혈전 발생 논란에 'mRNA' 백신에 쏠리는 '눈'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쟁탈전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뒤 약 100개국으로 유통된 아스트라제네카(AZ)에 이어, '1회 접종'으로 빠른 집단 면역 달성 '기대주'로 꼽혀온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 백신까지 혈전 발생 논란에 휩싸이며 선택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영·미권 백신 외에 각광받는 러시아 스푸트니크V 역시 AZ·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이다. 이에 항원을 직접 주입하지 않고 면역력을 형성하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각국의 눈이 쏠리고 있다.
◇EU, 모더나·화이자 조기 공급 '안간힘': 유럽연합(EU)은 당장 이번 분기 중 얀센 백신 5500만 회분을 들여올 계획었지만, 혈전 발생 우려로 비상이 걸렸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다음주 얀센 접종 관련 지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아스트라제네카 사례에 비춰볼 때 '계속 접종 권고'가 나오더라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프랑스는 계속 접종 방침을 세운 반면, 벨기에는 보류, 스페인은 접종 대기 등 각국이 제각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덴마크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 유사한 백신도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얀센 백신 사용도 불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EU는 당초부터 협상을 진행해온 화이자 백신 공급을 앞당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화이자 백신 5000만 회분을 조기에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급은 당장 이달부터 시작해 이번 분기 중으로 모두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백악관 차원서 모더나 생산 증량 '물밑 작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인 모두가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화이자·모더나 6억 회분이 있다"면서 얀센 백신 사용 중단으로 인한 접종 차질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변이 유행으로 전 세계적인 재확산이 현실화한 가운데, 특정 시점에 접종 수요가 집중되면 미국마저도 연말까지는 공급 차질 우려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전날 모더나와 미 특수약품제조업체 넥서스(Nexus Pharmaceuticals) 사이에 백신 생산 논의가 백악관의 주선과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후보지로 꼽히는 넥서스 위스콘신 공장에서 모더나 백신 생산이 이뤄질 경우 월 3000만 회분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모더나와 화이자의 '미국 우선' 공급 방침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지난달까지 4500만 회분을 미국으로 공급했고, 7월 말까지 3억 회분을 미국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외 지역의 공급망 구축은 1분기 정도 늦어져 계속 확장 중이라고 했다. 한국도 내달부터 4000만 회분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정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모더나·화이자 수요 폭증할 듯…공급량 못 따라가: 모더나·화이자로 좁혀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은 13일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얀센 백신의 접종 중단 권고를 발표하면서 불이 붙었다. 얀센 백신은 2월 말 FDA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지난달 초부터 접종이 시작됐는데, 18~48세 여성 6명에게서 희귀 뇌정맥 혈전증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도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은 얀센 백신의 혈전증 논란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됐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 등을 통해 직접 항원(바이러스)을 주입해 체내 면역 반응을 형성하는 방식인데, AZ·얀센 및 '반(反) 서방의 구원 투수'인 러시아 스푸트니크V가 모두 이 바이러스 벡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러시아 측은 즉각 스푸트니크V는 혈전증 발생 우려가 없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각국은 'mRNA 백신'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실제 항원이 아닌 소량의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드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선택권이 좁혀지면서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었던 모더나와 화이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폭증할 전망이지만, 공급량은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까지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몇 달 안에 백신 생산 속도를 크게 높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억2000만 회분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르면서 각국은 치열한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이 같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까지 두 차례나 국가백신접종계획을 중단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내년까지 얀센 백신 4억 회분 공급을 예정한 아프리카연합(AU), 아스트라제네카에 의존하다 얀센에 기대를 걸어온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와 이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집단 면역 달성은 더욱 멀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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